제2이동통신/6개 컨소시엄 사업신청 “완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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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고사 지내고 막판까지 보안유지/동양 첫번째 접수… 두달 심사작업
2000년에 2조원이상의 시장이 형성되는 제2이동통신사업에 참여키 위해 6개 컨소시엄(국내외 4백40개기업)이 내는 사업신청서가 26일 체신부에 접수됐다.
「특혜설」 등 우여곡절도 많았던 이번 사업준비과정을 마치고 각 컨소시엄은 그룹의 미래가 달린 이 사업의 준비를 위해 그동안 재력·인력·인맥을 최대한 동원해 마련한 「주사위」를 힘껏 던졌고 체신부는 두달간의 극비심사작업에 착수했다.
○…이 사업의 이동전화부문사업 신청서가 체신부에 접수된 26일 6개 컨소시엄이 2.5t 트럭 11대분의 신청서류를 싣고 서울 광화문의 체신부로 달려오는가 하면 심야에 돼지머리 고사까지 지내는 등 각종 진풍경이 벌어졌다.
코오롱그룹 컨소시엄은 25일 밤 12시 서울 논현동 삼정빌딩 10층 이동통신 추진 「아지트」에서 이웅렬부회장 주최로 그룹사장단과 해외협력사인 미국 나이넥스사 관계자 등 핵심인사 60여명이 모인 가운데 돼지머리와 떡 등을 놓고 신청서 완료 자축고사를 지냈다.
참석자들은 서류 한 세트에 1만3천쪽이나 되는 제출서류 21세트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막걸리를 들며 수개월간 밤샘을 해온 추진팀을 위로하는 한편 「필승」을 다짐.
○…26일 오후 1시부터 체신부 접수가 시작된 신청서 제출은 각 컨소시엄이 철통보안속에 지켜온 서류더미를 각각 2대의 트럭에 싣고 서울 강남 등지에서 특별수송하는 등 마치 군대작전을 방불케 했다.
선경·코오롱·쌍용그룹 등은 전문 경비용역사까지 동원,서류트럭 앞뒤를 청원경찰과 소화기를 태운 전문호송차가 호위하는 등 6∼7대씩의 차량행렬을 이뤘고 20명씩의 수송요원들이 따라붙었다.
각 컨소시엄은 특수잠금장치가 된 철제 캐비닛을 제작,캐비닛 8∼28개에 서류를 넣고 25일 밤 잠금장치에 봉인까지 했는데 우리나라의 사업신청 또는 입찰사상 이처럼 방대한 서류가 동원된 것은 처음있는 일.
접수순서에도 신경전이 벌어져 6개 컨소시엄 대표들은 24일 오후 제비뽑기행사를 갖고 동양·포철·코오롱·쌍용·동부·선경의 순서로 접수하기로 결정해 동양그룹이 1순위의 「행운」을 안았다.
○…각 그룹은 심사점수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알려진 이동통신 기술개발출연금 액수를 초특급 비밀사항으로 유지,인쇄에 포함시키지 않고 마지막 순간인 26일 아침이나 25일 밤 수뇌부가 직접 써넣는 등 공을 들였다.
코오롱의 경우 고사를 끝내고 26일 새벽 1시가 넘어서 이 부회장이 써넣었고 포철은 25일 밤 간부회의에서 액수를 확정,박태준회장에게 전화보고한뒤 손으로 써넣었는데 그룹마다 이 금액을 아는 사람은 2∼3명에 그칠 정도였다.
체신부는 일정액이상은 더 점수를 주지않는다고 밝히고 있으나 업체들은 5백억∼1천억원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업은 2000년대의 재계판도를 바꿀 수 있는 「황금알 낳는 거위」로 불러 마지막까지 컨소시엄간 막후 비방전이 계속됐다.
「모그룹은 고위층 압력으로 막판에 사업을 포기한다」「모그룹은 다른 모그룹의 뒷조사까지 했다」「모그룹은 이 사업추진에 1백억원이상을 쏟아 부었다」는 등 상처입히기가 25일까지 끊이지 않았다.
○…그동안 사업허가준비팀이 가방도 들고다니지 못하는 등 극도의 보안속에 일을 해온 체신부는 「전쟁은 이제부터」라며 긴장하는 분위기. 교수 등으로 구성된 심사평가전담반은 7월 중순부터 한달여동안 비밀장소에서 대학입시출제팀처럼 격리된채 방대한 서류와 「한여름밤의 씨름」을 벌여 업체별 성적을 매기게 된다.<이기준·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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