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서 남북농업과학 심포지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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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씨감자.과일.채소 재배 기술의 남북 교류와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남북 '농업과학 심포지엄'이 지난 15일 남북 농업학자와 관계자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베이징 스위스호텔 3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남측의 월드비전과 농업진흥청, 북측의 농업과학원과 민족경제협력연합회 공동주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씨감자 분야를 시작으로 채소.과일 생산기술 협력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북한 농업과학원 이일섭 대외과학기술교류처장은 "2000년 3월 농업과학원과 월드비전이 공동으로 감자종자생산기술에 관한 사업을 시작한 이래 짧은 기간에 평양 등 5개지역에 씨감자생산사업장이 만들어졌다"며 "지금까지의 성과를 토대로 과수.남새(채소)부분의 협력사업으로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농업생물학연구소 강신호 소장은 "5개의 씨감자 생산사업장을 가동해 연간 1천만알 이상의 씨감자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생산된 씨감자를 단계적으로 일반 농가에 보급, 2006년까지 20만㏊(연간 4백만t 이상 생산 예상)의 면적에 감자를 재배해 주식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북한의 구상이다. 남한 학자들은 주로 작물의 생산관리, 병해충방지, 종자 개량 등 주로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 발표했다.

농업진흥청 함영일 기술자문위원은 "감자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무(無)바이러스 씨감자를 생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씨감자의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신속하게 검사하기 위해 남북의 협동적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6시간의 토론 중 북한의 농업학자들은 남쪽의 발표를 꼼꼼히 메모하며 북한 농업이 처한 현실을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놓고 상호 기술적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남북의 농업전문가들은 남북의 농업기술 교류와 연구, 농업전문가들의 방북 기술지도 등을 위해 이 같은 형태의 심포지엄이 계속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서울시립대 환경원예학과 이용범 교수는 "토론 과정에서 북한 농업의 부족한 점, 기술지원 대상 분야를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북한 식량난 해결 방향을 함께 모색하고, 남북기술협력을 한 단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는 데 이번 심포지엄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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