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까지 “땅사기”/일당 3명 판문점 부근 3만평 가로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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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일제때 서류 교묘히 위조/검찰/또다른 사기단 유무 추적수사
남북화해분위기와 통일에 대한 기대감에 편승,현실적으로 이용이 불가능한 비무장지대(DMZ)내 땅이 토지사기단에 의해 사취·거래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검찰이 전면 수사에 나섰다.
서울지검 송무부(김승호부장·한문철검사)는 20일 일제시대 땅문서와 매매계약서 등의 서류를 위·변조해 경기도 파주군 진서면 어용리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인근 임야와 밭 등 3만7천여평을 가로챈 혐의(사기·사문서 위조·공문서 변조 및 동행사·위증)로 고찬웅(75·경기도 파주군 파평면 장파리)·이종배(65·서울 증산동)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전기환씨(54·서울 증산동)를 수배했다.
검찰은 또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일제시대 땅문서 1백여점을 확보하고 서울지법 의정부지원과 파주군 김촌등기소 등의 협조를 얻어 이들의 다른 범죄와 다른 토지사기단의 범행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달아난 전씨와 구속된 이씨는 판문점에서 동족으로 1㎞가량 떨어진 비무장지대내 어룡리 산66 임야 2만6천4백30평과 어룡리 554 밭 8백82평 등 2만7천여평을 53년 휴전당시까지 이곳에 살았던 옛주인 김용학씨(83·서울 방배동)로부터 86년 9백60만원에 사들인 것처럼 가짜 매매계약서를 만들고 김씨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일제시대 매도증서(땅문서)를 변조해 이를 근거로 서울지법 의정부지원에 3월3일로 소유권 확인 및 이전등기 청구소송을 내 지난달 22일 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휴전될 때까지 김씨와 어룡리에 함께 살았던 고씨는 법정증인으로 출두,자신이 옛땅주인 김씨의 고종사촌동생이며 매매계약을 중개했다고 위증해 전씨 등이 승소케하고 그 대가로 5백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범행은 1심판결후 항소과정에서 검찰이 원래 땅주인 김씨를 찾아내 김씨가 보관해오던 땅문서가 전씨 등이 낸 것과 기재내용이 다른 사실을 밝혀내 드러났다.
검찰은 전씨가 또 고씨와 짜고 고씨의 조카인 고진중씨(56·파주군 조리면 장곡리 202)가 주인으로 돼있는 어룡리 산67 9천여평을 같은 방법으로 가로채기 위해 지난해 8월10일 의정부지원에 소송을 내 같은해 10월25일 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고 12월3일 국가항소포기로 판결이 확정되자 고씨에게 9백만원을 주고 12월19일 자신의 이름으로 등기한 혐의도 잡고 있으며 그밖의 사기소송 혐의도 조사중이다.
검찰은 고씨가 『평당 1천원씩을 받고 조카와 형수소유의 땅을 전씨에게 팔았다』고 진술한 점으로 미루어 두사람사이에 실질적인 매매행위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최고 7천원까지의 거래사례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씨는 3년전부터 파주군 파평면에 셋방을 얻어 위장전입,비무장지대내 땅주인들과 연고가 있는 고씨 등을 통해 투기목적으로 땅을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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