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미가 도울차례” 큰 기대/미­러시아 정상회담 모스크바 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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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제지원 확신” 낙관론 지배적/구체성과 없을땐 옐친입지 흔들
15일부터 시작된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의 미국방문을 보는 러시아내의 시각은 낙관속의 우려로 집약되고 있다.
모스크바에서는 옐친대통령이 이번 방미를 통해 미국과 진정한 동반자관계를 구축하고 러시아의 경제개혁을 위한 확실한 지원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란 낙관적인 견해가 지배적이다.
낙관론자들은 이번 양국 정상회담에서 합의될 20여개의 각서·합의문·협정안 등은 결국 미­러시아 관계가 양국내 비판론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계평화를 위한 초석임을 확신시키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세르게이 야수트르젬스키 외무부대변인은 옐친대통령의 미국출발 직전 브리핑에서 『러시아는 워싱턴과 오타와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는 일련의 협정들이 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낙관론이 옐친정부내에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외무부와 행정부 고위관리들 사이에선 지난해 8월 쿠데타실패후 지금까지 러시아가 보여준 대미협력은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부시대통령의 지도력을 고양시키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해왔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따라서 이들은 이제는 미국이 러시아와 옐친대통령을 도와야할 때임을 강조하고 있고 실제로 이를 크게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15일 오후 러시아외무부내의 비공식 소식통들이 런던회담에서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미국의 입장을 살려주기 위해 ▲미­러시아공동의 미사일 경보시스팀 구축과 ▲대북한 핵사찰에 관한 양국공동의 권고안 등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힌 것도 러시아가 이번 워싱턴정상회담 성공에 얼마나 큰 비중을 두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워싱턴회담을 준비한 러시아의 실무 3총사인 안드레이 코지레프 외무장관과 블라디미르 루킨 주미대사,유리 페트로프 행정실장은 이번 회담을 두가지 관점에서 준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러시아가 이미 미국의 우호·협력 파트너임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이 러시아의 경제개혁정책과 옐친대통령 정부를 확실하게 지원하고 있음을 실질적인 경제지원프로그램과 연계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국내에서 최근 점증하고 있는 반옐친무드를 완화시키고 옐친이 국제사회에서 대접받고 있는 지도자임을 과시하고자 한 것이다.
이들은 또한 이번 옐친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지난 5월에 실시된 고르바초프 전 소련대통령의 방미와 비교해 매스컴의 열도나 양국 공동관심사의 성사에서 처지지않게 하려고 무척 신경쓴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출발을 앞두고 가이다르를 총리서리로 임명한 것이나 군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략무기의 감축에 관한 실무진간의 합의를 위해 런던에서 무려 11시간씩이나 사전협상을 시도한 것 등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옐친의 방미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인사들은 이번 방미는 결국 또 한번의 러시아측 양보와 미국의 립 서비스(말로만 하는 지원) 이상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들은 러시아가 미국의 지원도 얻지 못하면서 일방적으로 미국의 입장만을 계속 살려줄 경우 이번 방미는 실패로 끝나고 옐친의 국내이미지는 갈수록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경제개혁을 후퇴시킬수도 없고 미국과 대외정책에서 공동보조를 취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한 러시아와 옐친의 입장은 이번 방미협상에서도 또한번 목격될 것이며 이는 결국 올 가을 이후 격화될 것이 틀림없는 러시아 지도층에 대한 반대세력들의 공세에 더욱 큰 호재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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