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진기자의오토포커스] 도요타 못지않은 계열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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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눈길에서 눈덩이를 굴리면 그 크기가 삽시간에 엄청나게 불어납니다. 자동차 산업도 이와 비슷합니다. 최근 일본 도요타자동차(이하 도요타)의 지난해 실적(2006.4~2007.3)이 화제가 됐습니다. 약 1조6000억 엔(약 12조8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낼 것이라고 하네요. 전년보다 17% 증가한 것으로 5년 연속 일본 제조업체 가운데 최고 이익 기록을 갱신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지난해 순익(1조5000억여원)의 8배나 됩니다.

도요타그룹은 도요타를 포함해 부품 관련 계열사 13개와 200여 개의 자회사(지분율 50% 이상)로 수직 계열화돼 있습니다. 모두 자동차와 관련된 회사입니다. 자동차는 종합 조립 산업입니다. 통상 TV는 2000개, 자동차는 2만 개, 항공기는 20만 개의 부품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부품 가짓수가 늘면 관련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더 커집니다. 도요타의 이익보다 더 놀라운 것은 관련 계열사 등이 만들어 내는 이익 규모입니다. 단순하게 합산해 보면 지난해 도요타그룹의 순이익 규모는 20조원이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자동차 산업의 매력은 이런 점이죠. 자동차 본체가 좋으면 관련 부품업체들이 나눠먹는 떡고물은 엄청나게 많아진다는 겁니다. 세계 2위 부품업체로 도요타그룹에서 둘째로 큰 회사인 덴소를 한번 보죠. 덴소는 차량용 공조장치(에어컨 등)와 각종 전장(電裝) 부품을 만듭니다. 지난해 매출은 22조원, 순이익은 2조원에 달합니다. 변속기를 만드는 아이신정기도 매출 15조원에 순이익만 1조원이 넘습니다. 순이익이 5000억원이 넘는 회사가 도요타그룹에 7개나 된다고 하네요. 나머지들도 수천억씩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주목할 것은 도요타가 부품을 비싸게 사줘서 계열사가 잘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스스로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죠. 덴소의 매출 비중은 도요타가 49%, 혼다 10%, 미국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빅3' 20%, 현대.기아차 2% 등입니다. 아이신정기는 세계 주요 자동차업체에 자동변속기를 팝니다. 현대차 베라크루즈, GM대우 토스카.윈스톰에도 이 회사 변속기가 들어갑니다. 도요타가 잘되니 계열 부품사들도 잘되고, 계열 부품사들도 좋은 부품을 만드니 세계 유수 자동차 회사들도 사가는 것이죠. 그야말로 선순환입니다. 아예 매년 순이익을 경신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입니다.

우리에게도 세계 1위 기업이 있습니다. 세계 IT업계에서 부동의 1등인 삼성전자죠. 그런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2004년 20.9%가 최고치로 지난해엔 11.8%로 뚝 떨어졌습니다. 올 1분기에는 8.2%로 한 자릿수로까지 떨어져 걱정을 하지만 아직도 세계 최고입니다. 그러나 관련 계열사는 어떨까요. 삼성SDI나 삼성전기의 영업이익률은 2.3%에 그치고 있습니다. IT산업의 경우는 그 관련 기업으로의 파급효과가 자동차보다 약하기 때문에 그 이익을 폭넓게 나눠먹지 못합니다. 세계 1위 IT기업의 그늘이 백 리라면 완성차 업체의 그늘은 천 리에 달합니다. 자동차 산업이 커져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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