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겨냥 주도권·명분다툼/여야 지자제 법리공방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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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월 시한준수」 탄핵사유 여부싸고 대립/야 “강행규정” 여 “훈시규정… 선례있다”
지방자치단체장선거 연기문제는 급기야 여야간에 대통령을 포함한 관계국무위원의 탄핵소추대상여부를 둘러싼 법률논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민주당측이 단체장선거 공고시한(12일)을 넘길 경우 법률을 위배한 것이므로 위법행위를 한 대상자를 탄핵소추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자당측은 법률해석상 탄핵소추의 대상이 되지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민주·국민당 등 야당측은 법에 정해진대로 이달말까지 단체장선거를 실시하려면 18일간의 선거운동기간을 감안할때 12일까지 선거공고를 해야하며 이를 어길 경우 선거일 공고권자인 대통령이 위법행위를 한 해당자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 및 행정 각부의 장·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원장·감사위원과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는 헌법 제65조 1항 규정에 의해 탄핵사유가 된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민자당의 박희태대변인은 『야당측의 탄핵소추주장은 법률해석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단체장선거 실시시기는 법위반에 따른 제재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으므로 강행규정이 아닌 훈시규정』이라고 일축했다.
민자당측은 12대 국회말 통과된 지방자치법과 89년 여야합의로 이룩된 지자제 관련법이 법정시한내에 실시되지 못했지만 별다른 시비가 없었던 선례를 들어 단체장선거 연기 역시 탄핵발의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자당은 과거 위법사항이 적당히 넘어간 선례를 들어 이번에도 문제될게 없다는 구태의 발상에 안주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민주당의 장석화대변인은 『지방자치단체장선거법(제1백83조)에 「선거에 관하여 이법에 규정된 각 제한규정을 위반한 자는 5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어 선거일 공고도 위반시 제재규정을 수반한 강행규정』이라고 반박,탄핵이 가능하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강행규정과 훈시규정이라는 말은 주로 행정법이나 소송법에서 구별되는 개념이다. 강행규정은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적으로 적용되는 규정을 말하며,훈시규정은 고소·고발 사건의 처리시한(3개월)처럼 이를 지키지 않았다 하더라고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는 규정을 말한다.
그러나 재야 법조계에서는 『자치단체장선거가 소송절차 등에 관한 사안이 아님에도 법조문의 강행규정이냐,훈시규정이냐 여부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이 문제는 정치도의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풀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여야가 이처럼 법률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은 연말 대선을 겨냥한 명분축적과 주도권 싸움이라고 볼 수 있다.
야당측은 단체장선거를 연내 실시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여당의 확고한 의지인 이상 대여공세를 바짝 죔으로써 노태우대통령·김영삼후보의 「법위반」과 약속 불이행을 집중 부각시켜 대선에 유리한 쪽으로 몰고 가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따라서 야당측은 개원법정시한(6월28일)까지 등원을 미룬채 공청회 등을 통해 단체장선거 연기가 탄핵소추의 대상이 될뿐 아니라 연말 대선에서 관권을 동원하기 위한 정부·여당측의 술책이라고 몰아붙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탄핵소추를 위해선 대통령의 경우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가 있어야돼 탄핵발의까지는 하지 못할 전망이다.
민주·국민당의석수를 합쳐도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는데다가 국민당의 동조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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