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방송 내공’ 백지연, 다시 마이크를 잡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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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 03면

사진제공 SBS 

백지연(43) 앵커가 방송에 복귀한 4월 30일, 인터넷에선 새벽부터 한 여자 아나운서가 화제였다. 애인과 찍은 사생활 사진이 유출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달렸다. 그 시간, 백지연 앵커는 마이크 앞에 앉아 있었다. 라디오 시사프로 ‘백지연의 SBS 전망대’에서 한명숙 전 총리를 인터뷰했다. 방송을 떠난 지 2년 만에 다시 제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으로 돌아온 것이다.

뉴스 진행자인 동시에 뉴스 메이커가 되는 여자 아나운서. 백지연이란 이름은 그 교차로의 시작이자 정점이다.

1987년 MBC에 입사, 5개월 만에 ‘9시 뉴스데스크’ 공동 앵커로 발탁되면서 신화가 시작됐다. 보도국 기자 전환, 프리랜서 선언, 제 이름을 건 뉴스 진행, 방송인 양성기관 최고경영자(CEO)로의 변신 등 숱한 ‘뉴스’의 주인공이었다. 99년 이혼 뒤엔 아들 관련 괴소문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소송과 DNA 검사 끝에 허위로 밝혀진 불미스러운 사건이었지만, 연예인 못지않은 그녀의 스타성을 확인시켜준 일화다.

그런 그녀가 시사 앵커로 돌아왔다. 7년째 흥행몰이 중인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같은 시간대다. MBC 아나운서국 6년 선배 손석희(51) 성신여대 교수를 겨냥한 맞불 편성. 완패를 거듭해온 SBS는 백지연 카드의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다. 이일영 PD는 “지명도ㆍ친밀도 면에서 손석희에 맞설 적임자”라며 “(손석희처럼) 상대를 몰아세우기보다 질문의 완급을 조절하며 답을 이끌어내는 게 강점”이라고 치켜세웠다. 실제로 백지연은 그간 보여준 도도한 카리스마 대신 푸근한 진행으로 손석희 식 ‘공격적 인터뷰’와 차별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아나운서 출신 백지연씨의 경쟁력이 제대로 된 심문석에 놓였다고 말한다.
여자라서 불리하기도 했지만 여자이기 때문에 주목받던 시절이었다. 방송가에 불기 시작한 남녀 평등주의를 타고 ‘시사 앵커’ 백지연이 자기 영역을 확보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남자 못지않은 냉정함과 날카로움으로 무장(혹은 치장)한 채였다. 시사 진행자 간 성(性)대결이 더 이상 화제가 되지 않는 지금, 비교 기준은 진행의 순발력ㆍ중립성, 질문의 깊이ㆍ예리함 등일 터다. 카리스마의 직접 충돌은 피했다. 그렇다면 완급을 조절하는 질문으로 인터뷰의 고갱이를 끌어내고 청취자의 귀를 사로잡는 백지연 식 ‘소통의 기술’을 증명할 차례다.

스타 앵커 백지연의 20년 내공이 거울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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