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물홍수 막을 수 없나(자,이제는…: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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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전신주·우체통 등 “누더기”
서울 봉천동 네거리에서 난곡네거리에 이르는 1.4㎞의 남부순환도로 북쪽 길가엔 모두 82개의 가로등·전신주가 있다. 그중 벽보·광고물이 부착되지 않은 깨끗한 것은 사람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위치한 고작 18개뿐. 나머지 64개의 가로등·전신주엔 영화·연극·각종 집회안내·아르바이트모집 등의 크고 작은 각종 광고물이 두겹,세겹으로 붙어 바람에 나풀거리기도 한다.
전신주만이 아니다. 부근의 휴지통·우체통은 물론 이정표기둥에까지 온통 도배질하듯 널려 있다.
자리는 없어도 붙일 것은 많은 것일까.
작년 한해 서울시내에 붙여진 광고벽보 등 불법부착물은 자그마치 1천8백여만건. 이를 떼내느라 서울시는 연인원 84만명을 동원했다. 일당을 취로사업자 기준 1만2천원씩으로만 쳐도 1백억원이 넘는 시민세금이 허비된 셈이다. 그런데도 적발돼 봤자 한장에 5천원의 과태료뿐인 처벌이 가벼워선지 거리의 벽보는 갈수록 늘고 본드사용·스티커형태 제작 등으로 떼내는 사람들이 애를 먹는다.
서울 신림8동 사무소 직원 이봉규씨(49)는 현장을 적발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들도 다하는데 나만 왜 문제삼느냐』며 오히려 대들기 일쑤라고 말했다.
5일 오후 서울 청담동 G백화점 맞은편 카페골목안의 20m 남짓한 한 담벼락에 A나이트클럽의 개업광고문을 1백80여장이나 이어 붙이던 S심부름센터 직원 윤모씨(25)는 『일렬로 쭉 붙여놓으면 보기가 좋지 않습니까』라고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홍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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