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무행정 구조적 비리 도려내는 대수술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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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안필준보사부장관 본지와 단독 회견/“보사부·보건원 일대개혁 생각/장관 인사권 행사도 한계”/거듭나기 위해 검찰에 수사요청
징코민의 메틸알콜 검출파동과 관련,보사부가 이례적으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것은 차제에 약무행정 전반에 도사리고 있는 구조적 비리를 도려내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안필준보사부장관이 밝혔다.
안 장관은 3일 밤 중앙일보기자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보사행정에 석연치 못한 부분이 있어 평소에도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왔으나 내가 연명하기 위해 부하들을 팔아먹는 것이 아닐까 고민을 거듭했다』며 『그러나 썩은 것을 보고 겁이 나 말을 못한다면 살아있는 사람이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소관부처 업무와 관련,이례적으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심정을 중국 제갈량이 군령을 어긴 부하의 목을 벤 「읍천마속」 고사에 비유했다.
『장관 재직 1년동안 국회에서 괴로움을 당하면서도 부하들을 괴롭힌 적이 없다고 믿지만 이번에는 개혁의지로 밀어붙이지 않으면 보사행정이 거듭날 수도,국민이 안심하고 보사행정을 신뢰하도록 풍토를 쇄신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보사부·국립보건원이 뭔가 크게 바뀌어야겠다고 평소 생각은 했지만 장관에게 주어진 인사권에도 한계가 있어 마음대로 못했다』고 털어놓아 보사행정이 이해 단체들의 입김(?)을 적지 않게 받고 있음을 시사했다.
징코민 파동의 관리책임을 물어 관련자들을 직위해제한 뒤 있은 인사에서도 관련단체들과의 관계때문에 적지않게 고민했다는 후문이다. 『군 생활을 오래 한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랫사람들이 상관에게 거짓보고하는 등 조직의 체계를 깨는 행위를 묵과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는 특히 정부와 제약업자들이 결탁했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주고 있다는 대목에 이르러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사부 일각에서 검찰 수사 요청에 대해 썩 좋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모양이 좋지 않은 것은 알지만 제약업자 같은 민간에 대한 조치는 임기응변일뿐이며 근본적인 내부개혁 차원에서 손대야 한다는 결론을 고민끝에 내리지 않을 수 없었고 국민들도 그점을 이해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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