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소풍] 다함께 차차차(茶.茶.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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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굉장히 큰 바람개비다!"

차밭 중간중간에 세워진 흰 기둥들을 보며 다섯 살배기 성은이가 함성을 질렀다. 어머니 김민정(32)씨가 차분히 설명한다.

"저건 바람개비가 아니라 전신주야. 근데 날개(팬)가 달렸지? 서리가 내리면 저기서 바람을 뿜어내 피해를 막고 찻잎이 시들지 않도록 돕는 거래."

제주시 노형동에 사는 주부 김민정씨. 남편 김병렬(44))씨, 아들 성혁(8)군, 딸 성은양과 함께 모처럼 봄나들이(사진)에 나섰다. 목적지는 남제주군 안덕면에 있는 서광다원. 16만여 평에 100만 그루의 차나무가 심어져 있는 국내 최대의 차 생산지다. ㈜아모레퍼시픽의 '설록차'가 바로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요즘 떠오르는 관광명소인 '오설록 차박물관'도 있다. 녹차 매니어인 김씨는 "찻잎을 따는 4, 5월은 녹차 밭 구경하기가 가장 좋은 때"라며 "마침 녹차 재배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설록차 페스티벌'을 두고 하는 말이다.

13일까지 계속되는 설록차 페스티벌은 녹차 잎 따기, 덖음(녹차 잎을 솥에서 볶는 것), 유념(덖은 찻잎을 손으로 비비는 것) 등의 과정을 두루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과정 뒤에는 제조한 수제 녹차를 선물받고 야외 정자에서 '그린티 클래스'를 듣는다. 차의 종류, 차 고르는 법, 다도 상식 등을 익힌다. 체험을 끝낸 성혁군은 "찻잎을 상처 나지 않게 따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면서도 "마지막에 먹은 녹차 아이스크림이 너무 맛있어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글=박종성 자유기고가, 사진=강경찬 사진작가

TIP

■ 설록차 페스티벌=제주공항에서 12번 국도 → 95번 서부산업도로 → 16번 국도를 타고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소인국 테마파크. 거기서 다시 우회전하면 '오설록 차박물관'(064-794-5312) 이정표가 보인다. 소요시간 50분. 박물관 관람료 및 주차비는 무료이나 페스티벌에 참가하려면 1인당 3000원을 내야 한다. 5인 가족일 때는 3000원을 할인해 준다. 녹차
아이스크림 500원 할인권 포함.

■ 보성 다향제=4~7일 전남 보성에서는 '제33회보성다향제(dahyang.boseong.go.kr)'가 열린다. 찻잎 따기, 차 만들기, 차 사발 만들기, 녹차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행사가 열리고, 다향백일장·한국차 아가씨 선발대회 등 경진대회도 마련돼있다. 일림산의 만개한 철쭉을 한껏 즐길 수 있는 가족등반대회 등도 준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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