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탄올(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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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약능살인 병불능살인이란 옛말이 있다. 약은 능히 사람을 죽여도,병은 사람을 죽이지 못한다는 뜻이다. 약을 잘못 쓰면 그만큼 몸에 해롭다는,이른바 약화를 경계한 말이다. 그런데 요즘 시중에서 판매되는 몇몇 의약품에 인체에 해로운 메탄올이 함유돼 있다는 한 소비자단체의 고발로 커다란 파문이 일고 있다.
메탄올은 알콜 동족체중에서 구조가 가장 간단한 것으로 분자식은 CH3OH며 메틸알콜이라고도 한다. 이 메탄올을 잘못 마시면 중독증세를 일으키는데 마치 술을 마신 것과 같은 명정상태가 계속되는게 특징이다. 그래서 간혹 술 대신 메틸알콜을 마시고 몸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 경우가 있다. 이때의 증세는 숙취가 오래 가며 1∼2일 사이에 중독상태가 나타난다. 중증일때는 마신지 수시간만에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산혈증을 일으키며 허탈상태에 빠지고 30분 정도 지나면 호흡마비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 또 목숨을 잃지 않더라도 시력장애로 실명되는 수도 있다. 메탄올의 치사량은 1백∼2백50㎖,7∼10㎖만 돼도 실명한다. 그런 메탄올이 의약품에 함유돼 있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그 의약품의 성분과 함량을 시험분석하고 감독하는 책임이 있는 당국의 태도다. 애당초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은 소비자보호원의 시험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발표했는데 감독관청인 보사부와 제약회사측은 재시험결과 메탄올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고 이것을 신문지상에 대대적으로 광고까지 했다. 그러나 국립보건원과 소비자보호원의 공동검사결과 한 의약품에서 메탄올이 검출되었음을 확인했다. 물론 인체에 해롭지 않은 극소량이라고는 하지만,국민의 건강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보사부가 제약회사편을 들고 나선듯한 인상은 아무래도 개운치 않다. 더구나 메탄올 검사요원이 한밤중에 괴한들에게 피습까지 당했다.
멀쩡히 서있던 열차가 기관사도 없이 저혼자 16㎞나 굴러가는 그런 제동장치가 풀린 현상이 요즘 사회도처에서 보인다.<손기상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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