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중견기업] 전국 창고 67% 수도권에 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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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협회는 국내 영업용 물류시설(창고)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창고가 수도권 몰려 있는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전국 16개 시.도에 있는 창고 706개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조사 결과 전국 창고의 3분의 2 이상(67.3%)이 수도권에 있었다.

이번 조사는 영업용 창고에 대한 첫 조사다. 실제로 창고는 물류의 거점으로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실태조사는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1990~2005년 영업을 시작한 전국 물류시설은 5배 정도 늘었지만 수도권 지역에서는 7배가 넘게 증가했다. 또 시설규모 면에선 자본금 5억원 이하의 영세 창고가 전체의 절반에 달했다. 전반적으로 창고업은 경쟁력 확보와 물류 선진화와는 거리가 먼 형태로 가고 있었던 것이다.

무역협회 이용덕 물류산업지원팀장은 "현재 창고업은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자원의 재분배와 물류 거점화 등의 계획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2003년 경기도 광주시에 물류창고를 세운 스백스물류 손문 사장은 "창고부지를 물색하는 데 1년이 넘게 걸렸다"며 "창고를 어디에 세우는 게 좋을지를 안내해줄 만한 자료나 기관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창고들은 2000년 7월 창고시설이 등록제에서 신고제로 바뀐 이후 확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창고업 간의 경쟁이 치열해 수도권 창고들의 평균 보관 가격은 평당 3만390원(상온 보관 기준)으로 전국 평균 가격(2만9072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가장 보관비가 싼 호남권(2만원)보다 1만원 정도 비싸다. 또 창고업 간 가격 내리기 경쟁도 벌어지고 있어 영업환경이 악화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 팀장은 "선진국의 창고업은 대형화.자동화.정보화되고 있는데 반해 한국 창고업은 영세화하는 등 거꾸로 가고 있다"며 "국내 창고업계 차원에서 시설의 대형화.자동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전략적 제휴를 맺어 공동화와 협업화하는 등 물류의 효율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정부 차원에서 전국 창고에 대한 전수 조사를 통해 업계 현황을 파악하고, 물류 시설 표준화 및 정보 인프라를 구축해 효율적으로 전국 물류시설을 활용토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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