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한국 로체샤르·로체 남벽 원정대 <1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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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체(8516m)의 허리까지 접근했다. 로체•로체샤르남벽원정대(신한은행, 트렉스타, KT 협찬)가 베이스캠프에 들어온 지 정확히 한달 만인 4월 30일, 6800m 지점에 캠프2를 구축하고 난공불락 로체 정상에 한 발짝 다가섰다.

캠프2 구축은 ‘야간 기습 작전’을 방불케 했다. 29일 오후 캠프1(5900m)에 도착한 송준교(34), 신동민(33), 배영록(33) 대원은 이른 저녁 식사를 마치고 초저녁에 잠자리에 들었다. 30일 새벽 1시에 일어난 세 대원은, 꼭두새벽에 밥을 지어먹고 오전 2시 45분 캠프1을 출발했다. 베이스캠프에서 무전기로 이들과 교신 중이던 홍성택(40) 등반대장은 이 시간부터 대기 상태에 들어갔다.

동쪽 하늘에서 여명이 비추기 시작한 5시 30분, 선두에 섰던 신동민 대원이 로체 남벽에서 가장 깊숙한 꿀루와르(Couloir, 눈 골짜기)에 도달했다. 캠프2로 가기 위해서는 이 골짜기를 트래버스(비탈 면을 횡단하는 것)해야 하는데, 이 곳은 상단에서 끊임없이 발생되는 눈사태와 스노 샤워(Snow Shower)로 인해 이번 로체 남벽 등반에서 최대의 난코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행히도, 이른 시간이라 아직 눈이 흘러내리지 않았다.
꿀루와르를 건넨 신동민 대원과 밍마 셰르파의 앞에는 경사면의 각도 80°, 길이 약 1000m에 이르는 대설사면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동안 캠프2 구축에 실패한 것도 이 설사면이 워낙 길어 하루 만에 올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은 대원들의 체력과 정신력, 그리고 날씨 등 모든 것이 쾌적의 조건이었다. 특히 연일 내리던 눈이 그치고, 3일째 계속된 화창한 날씨는 등반대원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공격조로 나선 신대원과 밍마 셰르파는 간단한 행동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오후 1시 30분경 대설사면이 끝나는 해발고도 6800m 지점에 도달했다. 이 지점은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설사면이 끝나고 거대한 암벽이 버티고 서 있는 지점이다. 캠프1과 캠프2의 표고차 900m, 그러나 등반 거리는 약 2km에 달한다. 등반대원들은 이 구간에 모조리 고정로프를 설치하며 올랐다.

오후 4시경이 되어서야 대원들과 셰르파가 묵을 텐트 2동이 마련됐다. 베이스캠프에서는 망원경을 통해 비탈진 곳에 눈과 얼음을 깨고 힘겹게 텐트 사이트를 마련하는 대원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대원을 포함한 3명의 등반 팀과 셰르파들은 5월 1일 새벽 곧바로 캠프3(7400m)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서울에서 보내온 대한민국 기상청의 정보에 따르면 앞으로 며칠간 맑은 날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원정대는 5월 중순경에 최대한 로체 정상에 가까이 서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엄대장은 오는 5월 10일경 캠프4(7900m)와 캠프5(8200m) 작업을 마치고, 15일경 정상 공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로체 베이스캠프(네팔, 5220m)=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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