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집값 하락세 계속될까… 6, 9, 12월 주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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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 23면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불과 몇 달새 투자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개발업체들은 민영주택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적용 등을 앞두고 겨우살이에 대비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일시적 침체가 아닌 대세 하락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출규제 등 부동산대책 약발 먹혀… 전문가들 “내려도 경착륙은 없을것”

타의적 관망=부동산시장 침체는 무엇보다 정부의 잇따른 규제책이 어느 정도 먹혀 들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장참여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정책으로는 대출규제가 꼽힌다. 정부의 1인 1건 대출 규제는 그동안 가격을 끌어올렸던 투자수요를 차단했다. 대출을 끼지 않고 주택을 여러 채 매입하는 투자자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출이 필요 없는 자산가들조차 자금출처 조사에 대비해 자기 돈만으로는 주택을 구입하려 하지 않는다.

무주택자의 담합을 유도한 정부 정책도 시장을 냉각시킨 요인이다. 무주택자들은 9월부터 시행되는 분양가상한제를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다. 상한제 적용 아파트의 분양가는 시세보다 20~30% 저렴할 것으로 예상돼 무주택자들은 기존 주택보다 분양주택에 눈을 돌리고 있다. 무주택자에게 유리한 청약가점제도 기존 주택을 외면하게 한다. 재산을 증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기존 주택을 사면 사라지기 때문이다.

크게 늘어난 보유세(재산세ㆍ종합부동산세) 부담도 투자자들을 옥죄고 있다. 지난해처럼 시장 열기가 뜨거울 때는 ‘그까짓 세금이 두려워 못 사느냐’고 했지만 올해 주택공시가격 상승폭이 알려진 뒤로는 ‘세금 부담이 장난 아니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공급 로드맵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도 ‘일단 지켜보라’는 신호를 증폭시킨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정부가 분당급 신도시를 세우겠다고 하고 경기도가 명품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하면서 수급 불안이 해소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폭넓게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부동산시장은 한마디로 정부의 각종 정책에 의해 수요와 공급이 조절되면서 타의적 관망 흐름이 형성돼 있다.

휴화산 장세=하지만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재테크팀장은 “양도세ㆍ종부세 부담 같은 요인 때문에 호가가 조정되는 장세일 뿐 수급 불안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상당수 부동산 자산가들은 여전히 ▶강남 부동산은 불패다 ▶폭락은 없다 ▶차기 정부에서 부동산정책이 바뀐다는 등의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시장에서는 분당급 신도시가 발표되는 6월,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는 9월, 그리고 대선이 있는 12월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우선 분당급 신도시 발표는 공급확대에 따른 심리적 안정 효과를 가져오기보다는 기존 주택의 미래가치를 돋보이게 해 급등 장을 초래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6월 반등 시나리오다. 검단 신도시나 판교 신도시가 예정지 주변의 기존 주택 가격을 들썩이게 한 전례가 있다. 경기도 광주 오포와 용인 모현, 과천~안양, 하남, 용인 남사ㆍ이동 등 그린벨트나 경부고속도로 축에 신도시가 들어설 경우 강남권과 수도권 남부지역 집값이 연쇄적으로 달아오를 가능성이 있다. 강남권과 거리를 둔 광명 가학동, 시흥 무지내동, 고양시 장항ㆍ송포ㆍ탄현동 일대가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되는 것은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자극하지 않는 신도시 입지를 간택할 것이라는 관측에서 나온 것이다. 강남권과 멀어지면 강남대체 효과가 떨어지고, 강남권과 가까운 곳이면 강남권 집값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 분당급 신도시의 딜레마다.

집값 안정세를 굳히기 위해 분당급 신도시 발표를 6월이 아니라 차기 정부로 미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은 “분당급 신도시는 오는 6월 예정대로 발표하겠다”고 ‘약속 이행’을 강조했다. 정부 불신을 유발할 수 있는 발표 연기는 시장에 또 다른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신도시 발표가 집값 안정 목적인 만큼 부동산시장이 다시 들썩이지 않게 하면 된다는 것이 건교부의 논리다.

9월 반등설은 분양가상한제와 청약가점제가 막상 시행되면 분양주택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며 집값 재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분양주택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인내심을 잃고 기존 주택으로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함영진 팀장은 “분양아파트를 생각만큼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없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면 지난해 가을철과 같은 집값 급등 현상이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 급등은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다주택자 매물이 쏟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어긋나고 ▶분양가마저 떨어지지 않자 ▶기존 주택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 함 팀장의 분석이다.

12월 대선도 변수다. 대선 공약이 나올 때까지 매도ㆍ매수를 보류하겠다는 다주택자들이 의외로 많다. 재건축규제 완화 같은 폭발적 공약이 쏟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강남권을 중심으로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차기 정부는 서울과 인근 택지를 더 이상 확보할 수 없으므로 용적률 규제나 기반시설부담금 부담을 완화해 재건축을 활성화하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이긴 하다. 각종 개발계획이 쏟아지면서 땅값이 오른다면 주택시장은 안정기조가 깨지면서 다시 급등세로 돌아설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대선주자들이 개발 공약을 자제하고 집값 안정에 초점을 맞춘 추가대책을 내세울 수도 있다. 규제완화를 공약했다가 집값이 들썩이면 정권 차원의 부담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정권이 바뀌어도 부동산세제 등을 개정하려면 최소한 1년이 걸리므로 앞으로 2년간은 정책기조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폭락 가능성 거의 없어”=집값이 하락하더라도 경착륙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인구 구조상 주택을 필요로 하는 30~50세 연령층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도권 인구는 노무현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계획대로 실행되더라도 거의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공급은 인구 증가를 압도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

집값 급등의 진원지인 강남과 가까운 곳에 신도시를 만드는 것은 송파신도시 등 기존 계획 외에는 현행법상 거의 불가능하다. 그린벨트제도를 전면 폐기하거나 팔당상수원관리지역에 대한 규제를 크게 완화하는 ‘혁명적’ 정책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 한 강남과 가까운 곳에서 택지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도권 북부나 서부에 강남과 같은 고급주거벨트를 만들어 강남으로 쏠리는 수요를 분산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막대한 인프라 투자와 도시 성숙에 많은 자금과 시간이 필요하다. 김현아 박사는 “수도권 지역의 공급 부족과 맞물려 2~3년 뒤 전세시장에 문제가 생기면서 매매가격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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