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규 장기화… 김포 쓰레기매립장/주먹구구식 건설 화 자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백m거리에 마을 소음·악취/공해방지 최소 시설도 외면/거리따라 주민요구 제각각… 뒷수습 난감
졸속·일방행정으로 말썽을 자초한뒤 뒷수습을 제대로 하지못해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와 감정마찰이 계속된다.
한달 넘게 진통을 겪고 있는 김포매립장의 산업쓰레기반입 논란은 인근 주민들의 이른바 「NIMBY현상」 지역이기주의에 대한 우려와 함께 매립장 건설 전후과정에서 드러난 행정의 단견·무능이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정부당국은 수도권 2천만 시민의 생활쓰레리와 산업체 쓰레기를 함께 처리할 매립장을 건설하면서 사전에 인근 주민들의 피해·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절한 공해방지시설·부대시설은 물론 사후대책에도 소홀해 매립장으로부터 거리에 따라 요구가 다른 주민 설득에 진땀을 흘리면서 시간만 끌고 있는 형편이다.
◇주민 요구=『낮에도 소음이 심하지만 쓰레기차들이 다니는 오후 8시에서 다음날 오전 6시까지는 마치 총알나가는듯한 소리가 들려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매립장에서 불과 3백여m 떨어진 김포군 검단면 왕길리 주민 양근모씨(38)는 『마을에서 50여m 떨어진 왕복 6차선 도로에 지금은 하루 2백30여대만 다니지만 서울쓰레기까지 모이는 11월부터 하루 6천여대가 지나다니게 되니까 도로주변에 방음벽을 설치해달라는게 우리의 소박한 요구』라고 말한다.
양씨의 말대로 김포매립장은 대단위 공해시설이 갖춰야할 최소한의 공해방지 시설을 갖추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도로에서 불과 10여m 거리에 민가가 있는데도 전용도로는 물론 만들지 않았고 기존도로를 확장,진입로로 쓰면서 10여m 이내에 주택이 있는 2백여m 구간에만 방음벽을 설치했다.
매립장이 위치한 검단면 1만8천여 주민 가운데 가까운 마을은 매립장에서 불과 1백m,먼곳도 10㎞ 이내여서 직·간접 공해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매립장에서 1백여m 떨어져 가장 가까운 안동포마을,거리는 1㎞이상 되나 해안가여서 직접 피해를 보는 오유리 등 3개 마을 2백26가구 9백여 주민들은 『당초 냄새·먼지제거용으로 마을주위에 방풍림을 조성해준다고 해놓고 아직 소식이 없다』고 말했다. 매립장에서의 거리에 따라 주민들의 요구와 반발 강도도 조금씩 다르다.
『하루 6천여대의 쓰레기차가 드나들면 교통체증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므로 전용도로를 만들어 인천·경기남부의 쓰레기만이라도 전용도로로 처리해야 합니다.』 다소 거리가 먼 마을주민들은 정부의 보상성격 투자에 관심이 크다. 정부가 제시한 1백억원의 지역환경개선비용 외에도 매립지 사용료중 일부(매년 2백억원 정도)를 지역개발비로 투자,매립지 설치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요구다.
◇정부 반응=주민 설득에 나선 환경처·경기도당국은 『주민들마다 요구사항이 달라 문제해결이 어렵다』고 말한다. 김포군측이 주민들의 의견을 종합해 내놓은 건의사항은 ▲분리수거 및 위생처리 ▲산업폐기물 반입 반대 ▲근접 지역주민 이주대책 마련 등 모두 21개항.
당초 공장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무조건 매립할 수 없다고 하던 주민들은 『공장폐기물이라도 특별관리해야 하는 특정폐기물이 아닌 일반산업폐기물은 매립해도 아무 해가 없다』는 정부의 설득을 어느정도 이해하는 쪽으로 돌아서곤 있으나 『정부가 설득만 하려들지 해결 의지는 없다』는 불만이다.<김포=손장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