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붙이만 환영”달라진 전당포/신용카드에 밀려 사양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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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신품 쏟아지는 가전품 외면
도시 서민들에게 급할 때 「비상금고」역할을 하던 전당포가 최근 몇년새 급속히 줄어들면서 영업형태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이는 신용카드 사용이 크게 늘어난데다 기술개발에 따라 신개발품이 쏟아져 나와 전당품목이 금붙이 등 극히 소수로 줄었기 때문이다.
◇업소=61년 전당포 영업법이 제정된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돼 계속 늘어 87년 2천5백곳에 이르렀던 전당포가 88년 이후 해마다 1백여곳씩 줄어 현재 서울의 6백11곳 등 전국에 1천9백60곳에 불과하다.
특히 다른지역에 비해 규모가 큰 서울은 최근 문닫는 비율이 가장 높아 중구의 경우 작년 42곳에서 1년새 거의 절반수준인 23곳으로 줄었다.
그나마 이들 업소들도 살림집을 겸하고 있어 간판만 내걸었을 뿐 사실상 휴업하고 있는 곳이 수두룩 하다. 이같이 업소가 줄어드는 것은 신용카드 보급이 가장 큰 원인. 최근 거리의 고리대금업인 카드 할인대출 성행도 큰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울 숭인동 운곡사 주인 김학종씨(50)는 『7개월 전 사업에 실패한 뒤 놀고만 있을 수 없어 「안전하고 쉽다」는 말만 듣고 인수했지만 공치는 날이 많아 입에 풀칠하기에도 빠듯하다』며 『전업을 하고 싶지만 인수할 사람이 없어 마지못해 계속 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전당품목=70년대 양복·구두·놋그릇 등 생활용품까지 전당을 잡아주었으나 80년대 들어서는 TV·오디오·계산기 등 전자제품과 카메라·시계 등이 주종을 이루다 기술개발에 따라 하루가 다르게 신제품이 나오면서 90년대 들어서는 아예 받지도 않고 있다. 의무예치 기간인 6개월 내에 찾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고 기간이 지나도 마땅히 처분할 중고시장도 없기 때문이다.
요즘 전당포는 그래서 주부·상인 등이 맡기는 반지 등 금붙이·보석류와 고급카메라 정도를 잡아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 전당금융연합회 김현기사무국장(57)은 『불법 카드대출업자에 대한 지속적 단속과 함께 전화상 겸업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전당포는 서민들과 애환을 같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오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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