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박람회 기원 "돛을 펼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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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범선(帆船)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흔히 영화 '캐러비안 베이의 해적'에 나오는 해적선을 떠올린다. 현대에서는 동력기관으로 운항하는 기선(汽船)에 밀려 범선은 역사 유물로 남아 있다.

이런 범선이 이달 3일 전남 여수에 온다. 7일까지 여수 앞바다에서 열리는 국제범선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번 축제에는 러시아의 초대형 범선인 '팔라다호'(2987t, 배 길이 108m)와 '나제즈다호'(2297t, 109m), 중국의 '뤼메이모호'(139t, 26m), 한국 유일의 범선인 '코리아나호'(135t, 41m) 등 4척이 참가한다. 크루저급 요트 40척도 나온다.

팔라다호는 러시아 극동어업기술대, 나제즈다호는 러시아 극동해양대 소속이다. 이들 대학은 1980년대 말~90년대 초 정부 지원을 받아 범선을 건조해 학생 실습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범선이 동력선에 비해 배에 대한 기초와 항해기술을 보다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뤼메이모호는 중국의 저장(浙江)성 저우산(舟山)시 소유다. 저우산시는 2003년 초 약 30만 달러를 들여 800여 년 전의 돛단배를 재현해 뤼메이모호를 만들었다. 저우산시는 매년 세계 항구를 돌며 저우산시의 해양 문화를 소개한다.

네덜란드산인 코리아나호는 전남요트협회가 93년 수상레포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들여왔다. 현재 코리아 요트스쿨에서 일반인에게 배의 역사와 항해기술 등을 가르치는 체험선으로 쓰이고 있다.

축제기간 동안 일반인들은 이들 범선에 타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입출항 때는 승무원들이 제복을 입고 돛대에 올라 사열하는 장면을 연출한다. 범선은 야간에 불을 밝혀 여수 신항 일대에 이색 볼거리를 제공한다.

정채호 여수국제범선축제추진위원장은 "이번 범선축제는 여수 박람회 유치를 기원하고, 참가국과의 우호를 증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수=천창환 기자

◆ 범선이란=돛을 달아 바람을 이용해 항해하는 배를 말한다. 돛단배.범주선이라고도 한다. 6000년 전부터 존재했으며, 19세기 후반 급성장하는 공업시대에 화물 수송의 주력을 담당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기선의 보급이 늘면서 범선은 급격히 자취를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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