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탕 고유의 맛 되살리자|동대문구 전통설렁탕 경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우리 고유의 설렁탕 맛을 되살리자」
일요일인 24일 오전 서울 제기동 1158 선농단에서는 「설렁탕재연경연대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동대문구가 지방화시대를 맞아 제1회 구민의 날 전통문화행사로 개최한 이날 대회에는 26개동 대표로 참석한 아마추어요리사들이 선농단 옆 서울종암국민학교운동장에 가마솥을 설치해놓고 3일 전부터 정성을 들여 고아온 설렁탕을 1천여 주민들에게 대접하며 설렁탕 끓이기 솜씨를 겨루었다.
「설렁탕」은 조선조에 풍년과 국태민안을 기원하기 위해 국왕이 친히 선농단에 나와 제를 올린 뒤 가마솥에 곤 쇠뼈다귀를 밥에 말아 선농제에 참석한 백성들에게 나누어주었던 음식으로 「선농단 탕」의 발음이 「설렁탕」으로 변했다 한다.
조선의 마지막 황제 순종 융희3년(1909)까지 계속되던 선농제는 1910년 「한일합방」을 맞으면서 일제가 조선의 민족정기 말살책의 일환으로 선농단을 폐쇄하면서 사라졌다.
『국조오례의에 전해 내려오는 선농제향의 전통과 설렁탕의 옛 맛을 살려 구민이 함께 나누어먹음으로써 구민의 화합까지 이끌어낸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위해 이번 행사를 열게 됐습니다.』
이번 행사를 주도한 동대문구 새마을부녀회장 김영순(49)씨의 설명.
김씨는 이날 행사에 온 구민들에게 풍족하게 설렁탕을 대접하기 위해 별도로 서울 마장동 우시장에서 한우쇠뼈다귀 1천명분을 구입한 뒤 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고 3일 전부터 고아왔다고 한다.
이날 동별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장안3동 등 5개 동은 설렁탕을 골 때 공통적으로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가스불 대신 장작불을 사용했다.
장안3동에서 사용한 가마솥은 지름 85㎝, 높이 40㎝ 크기로 한번에 50명분의 설렁탕을 끓일 수 있는 대형인데 장안3동 주민 박병일씨(48)가 고향인 강원도 원주군 소초면에서 특별 수송했다.
경연대회 심사를 맡았던 장안식당주인 정선자씨(55)는 『각 동대표들이 곤 설렁탕맛이 모두 일품이어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으나 장안3동 설렁탕은 우리고유의 가마솥을 이용, 쇠뼈다귀에서 우러나는 「진국」의 고소한 맛을 살려냈다』고 평했다. <김동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