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설정만 놓고 보면 정통 신파극의 분위기가 짙다. 일단 감독의 전작들과 좀 거리가 있다. 주인공은 강도살인을 저지르고 15년째 복역 중인 무기수 강식(차승원). 하루 동안 아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휴가를 얻는다. 아들이라고는 해도 세 살 때 헤어진 뒤 처음 만나는 사이다.
조바심과 설렘 속에 강식은 아들 준석(류덕환)의 학교 앞까지 찾아가 기다리지만 둘의 대면은 서먹하고 석연치 않다. 강식의 늙은 어머니(김지영)는 치매에 걸려 아들도, 손자도 잘 알아보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렇게 쓸쓸하고 안쓰럽게 시작된 이들의 해후가 감정의 물꼬를 터 가는 과정이 천천히 쇠를 달구듯 그려진다.
반전 이후 시간을 거슬러 진행되는 이야기는 지나치게 설명적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번갈아 들려주는 내레이션이 과하다 싶다. 감정의 농밀한 묘사보다 설명에 의존해 영화를 끌어가는 느낌이다.
슬픈 이야기에도 곧잘 웃음을 만들어내는 것 역시 감독다운 대목이다. 천연덕스러운 차승원의 대사는 영화 전반의 분위기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생동감을 발휘한다.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류덕환의 매력을 발견한 관객이라면 냉정하고 조숙해 뵈는 이 아들의 모습 역시 반길 듯하다. 1일 개봉. 전체관람가.
이후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