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의 선데이 스타-최윤영 아나운서] 그녀 운명 바꾼 한 권의 책 선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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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 15면

누구나 한 번쯤 꼭 해 봤을 고민. 자장면과 짬뽕보다, 비빔냉면과 물냉면보다 더 결정하기 어렵고 헷갈렸던 그 순간, 바로 누군가의 선물을 고르는 일이다. 과연 받는 사람이 마음에 쏙 들어 할지, 나의 이 시간과 노력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알아 줄 것인지 등등을 생각하다 보면 결국 상대보다 내 맘에 드는 무언가를 덥석 고르게 마련. 그런데 무심코 건넨 이 선물이 다른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 혹시 알고 있는지? 이 영화 같은 이야기 속 주인공, MBC 최윤영 아나운서를 만나 보자.

“고등학교 입학 선물로 사촌오빠가 책을 한 권 선물했어요. 예전 9시 뉴스를 진행했던 신은경 아나운서가 쓴 에세이였는데 그 선물 덕분에 저도 아나운서가 되었죠.”
하얀 가운의 의사가 장래 희망이었던 여고생 윤영은 그 후 6년 뒤 EBS에서 리포터를 뽑는다는 얘기를 듣고 이력서를 내밀었다.

“대학 졸업이 가까워 오자 걱정되더라고요. 제가 아나운서가 될 재능은 있는지, 방송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죠.”

‘경험’만큼 좋은 공부가 또 있을까. 윤영은 2년 동안 EBSㆍSBSㆍ KBS에서 골고루 방송 경험을 쌓고 지금의 MBC에 정착을 했다. 대기업 평균 입사 경쟁률 50 대 1의 20배에 달하는 1000 대 1의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당당히 뚫고서.

“어떻게 하면 아나운서가 될 수 있는지 비법을 알려 달라는 문의가 많이 오는데요. 심지어 초등학생들도 메일을 보내더라고요.”

힘들게 들어와서 더 힘들게 직장생활을 해야 하는 것은 아나운서도 예외는 아니다. 한 달에 세 번씩 숙직도 해야 하지만 그녀는 직업 때문에 얻은 가장 큰 선물이 있다고.

“제가 원래는 올빼미족이었는데 입사 후 지금까지 5년 동안 매일 아침 6시에 출근해 생방송한 덕분에 아침형 인간이 되었어요.”

덕분에 저녁 9시 뉴스를 끝까지 못 보고 일찍 잠드는 그녀의 피부는 놀랍도록 눈부시고, 유리알처럼 투명하다.

1년 전 그녀가 선물받았던 한 권의 책은 어떤 인연이었을까. 운명은 어느 날 우리에게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와 말을 건네는 것은 아닐는지. 선물을 고를 때도, 받을 때도 한 번쯤은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볼 분명한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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