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한국은 6자회담 구경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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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 02면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20일 정부의 안보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참여정부 최장수 통일부 장관(1년7개월 재임)이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했던 정 전 의장이 현 정부에 직격탄을 날린 것은 처음이다.

정동영 前 통일부 장관, 현 정부 외교안보 정책에 직격탄

정 전 의장은 이날 전북대 연설 뒤 기자와 만나 “현 정부가 ‘남북관계를 6자회담보다 반 발짝 뒤에 간다’고 입장을 정리했다”고 전하며 “이렇게 하면 남한은 (6자회담의) 구경꾼이나 방관자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장은 “6자회담의 주축은 남한이 아니라 북한과 미국이고 사회자 역할은 중국이 한다”며 “남한의 위치는 4위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한이 중국과 대등한 위치에 서려면 과거처럼 남북 정상회담과 6자회담을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 입장 변화의 원인에 대해 “NSC 중심의 (안보정책)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통일부ㆍ국방부ㆍ국가정보원ㆍ외교부 등 안보 부처는 존재의 목적이 상이해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내가 NSC에 있는 동안 장관들이 70번 이상 모여 포도주도 마시며 시스템으로 일했다”며 “그러나 현재는 NSC가 정책협의회처럼 됐다”고 했다.

그는 “이런 체제에선 누가 힘이 센가에 따라 YS(김영삼 전 대통령) 때처럼 (안보정책이) 냉탕ㆍ온탕을 오갈 수 있다”며 “지금은 외교부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커져 있어 끊임없이 워싱턴을 의식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 전 의장은 “여기서 좀 더 나가면 사대주의 노선의 한나라당과 차별성이 없어질 것”이라고까지 했다. NSC 약화의 원인은 “(청와대)386들이 (NSC와)티격태격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측근인 안희정씨의 활동으로 논란이 됐던 ‘대북 비선 접촉’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인식을 내비쳤다. ‘장관 때 비선 접촉을 했느냐’는 질문에 “유혹은 많았지만 가동은 안 했다”며 “남북 정상회담은 대북사업과 다르다”고 했다. 정 전 의장은 “2005년 12월 방미 시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남북 정상회담 추진을 시작했다’고 알려주자 (라이스가) 투명하게 하는 것에 대해 고마워하더라”고 공개했다.

한편 그는 “젊은 층의 취직을 위해서라도 북한에 개성 같은 공단을 원산ㆍ함흥ㆍ나진ㆍ선봉 등지에 10개는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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