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말괄량이 길들이기』 『로미오와 줄리에트』 『오셀로』 등 셰익스피어 희곡을 영화로 재해석하는데 남달리 힘을 기울여온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이 이번에는 햄릿을 자유분방하고 격정적이며 공격적인 인간형으로 바꿔놓았다.
제피렐리는 48년 로렌스올리비에가 명연기로 표현한 햄릿은 너무나 부드러워 마치 발레리나와 같다며 이젠 올리비에를 잊어 버리자며 큰소리치고 있는데 어떻든 그는 의도대로 햄릿을 사고형·회의형이 아닌 행동파 인간으로 그리는데 성공했다.
제피렐리의 의도는 특히 캐스팅에서 뚜렷이 나타나 햄릿역에 상업 액션스타 멜깁슨을 기용하고 『위험한 정사』에서 사이코 역으로 열연했던 글렌 클로스를 햄릿의 어머니이자 남편을 독살한 시동생과 결혼한 게르트루드 왕비역으로 발탁, 제피텔리 자신의 말처럼 대사를 제외하곤 종전의 햄릿 분위기를 대부분 새로 꾸몄다.
멜 깁슨은 자신의 액선 스타이미지를 감안, 흥행 성공 후 개런티를 받기로 하고 열연했는데 『멜이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유행어를 제작당시 낳기도 했다.
클라우디우스 왕역은 앨런 베이츠가 맡았고 이언 홀름·폴스코필드 등 중량급 연기자가 공연했는데 이 세 사람은 모두 연극에서 햄릿 역을 한 바 있다.
최근 영화음악에서 독보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엔니오 모리코네가 절제된 음악으로 드라마의 비극의 강도를 고조시키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