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상장사 천8백85개/설립 200주년 맞은 뉴욕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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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총액」 3조7천억불… 우리의 38배/최근 시장점유율 하락 위상 “흔들”
1792년 5월17일 뉴욕 월가 느티나무 아래에 24명이 모였다. 이들은 채권·복권 등 증권거래의 주도권을 잡으려드는 중개인으로 자신들 위주의 거래와 최저수수료를 약정한 협정을 맺었다.
이 작은 모임이 바로 지난 17일 설립 2백주년을 맞은 세계 최대규모의 증시 뉴욕증권거래소의 탄생모습이다. 설립이후 뉴욕증권거래소는 줄곧 자본주의 경제발전사의 증인이었다.
뉴욕증시는 남북전쟁때까지만 해도 주로 영국사람이 이끌었다. 이 전쟁기간중인 1863년 현재의 이름을,1903년에 현재의 5층짜리 건물을 갖게됐다.
1929년 뉴욕증시의 대폭락은 30년대 서방경제를 마비시켰던 대공황의 신호탄이었다. 1987년의 블랙먼데이는 한차례 주식공황을 가져왔다.
뉴욕증시는 주가변동상황을 즉시 알려주는 세계 최대규모의 증시전광판 때문에 흔히 「빅 보드」로 불린다. 블랙먼데이와 동경증시의 급성장으로 한때 세계 1위 자리를 동경증시에 내주었다. 그러나 89년말 동경증시가 닛케이(일경)지수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52%나 곤두박질침으로써 뉴욕증시는 자연스레 제자리를 찾았다.
상장회사가 1천8백85개로 우리나라(6백89개사)의 2.7배다. 이들 주식의 시가총액은 3조7천억달러로 우리나라(9백61억달러)의 38배에 이른다. 하루평균 거래량이 1억8천만주나 된다.
그러나 「빅 보드」는 안팎으로 도전에 부닥쳐 있다. 우선 미국내 주식시장점유율은 81년까지만 해도 76%였으나 지난해 59%로 주저앉았다. 지난 71년에 업무를 시작한 장외시장인 NASDAQ와 지역증권 거래소들이 뉴욕증시의 고객들을 야금야금 공략해 들어오기 때문이다.
NASDAQ는 전국의 컴퓨터망을 이용,개인투자자와 딜러·브로커 등을 연결시켜 마치 슈퍼마킷에서 물건을 사는 식으로 주식거래를 연결시켜주면서 급성장하고 있으나 뉴욕증권거래소는 아직 거래장업무의 상당부분을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거래전산화란 측면에서 볼때 다른 선진 여러나라의 거래소에 뒤져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내 또다른 금융시장인 시카고상업거래소(CBOT),뉴욕상품거래소(COMEX) 등도 빅 보드를 추격하고 있다.
그러나 뉴욕증권거래소의 장점은 여전히 많다. 증권거래위(SEC)는 엄격하게 모든 제도를 운용하고 있으며,이 엄격한 상장요건 운용에 따라 투자자들은 빅 보드에 상장된 주식이면 일단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다고 여긴다.
고병우한국증권거래소 이사장은 뉴욕증권거래소 설립 2백주년을 축하하고 뉴욕증권거래소가 90년부터 불공정주식거래를 막아내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통합주가관리시스팀(ICASS)을 들여오기 위해 뉴욕을 방문,협의중이다. 이 시설이 들어오면 수작업 수준에 머물러 있는 우리 증권거래소의 매매심리업무에 상당한 변화가 기대된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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