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상장 1호 교보생명 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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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마침내 생명보험사가 주식시장에 상장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1989년 4월 생보사 상장 논의가 시작된 이래 18년 만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27일 정례회의를 열고 생보사 상장 규정 개정안을 승인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국회의 동향이 마지막 변수가 되고 있다. 보험소비자연맹은 과거 보험 계약자에 대한 보상을 주장하며 윤증현 금감위원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일부 국회의원도 상장 차익 배분을 요구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 상장 효과=앞으로 생보사들이 상장을 통해 자본을 쉽게 조달하게 돼 재무 건전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삼성생명 같은 대형 우량 주식들이 증시에 공급되면서 주식 투자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국내 생보업계는 요즘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의 공세로 국내 시장을 20% 가까이 뺏긴 데다 은행 등 다른 금융권들도 서서히 보험 영역을 잠식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가 이어지면서 금리가 높을 때 계약했던 보험상품들로 인해 수익성도 나빠지고 있다. 김용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생보사 상장으로 보험사들은 자본 확충과 합병을 통해 대형화할 것"이라며 "보험사들이 효율성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하면 다양한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어 소비자들도 혜택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생보업계는 증시 상장이 삼중고에서 탈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상장 1호는=주관사 선정에서 최종 상장까지 통상 6~7개월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올 연말이면 상장 1호 생보사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상장 1호로는 교보생명이 유력하게 꼽힌다. 상장 요건을 갖춘 곳은 교보생명 외에도 삼성생명과 신한생명.흥국생명.녹십자생명 등이 있다. 삼성생명은 그룹 지배구조 문제가 얽혀 있어 곧바로 상장하기가 쉽지 않다. 신한생명은 이미 신한금융지주에 편입됐고, 흥국생명과 녹십자생명은 당장 상장 의사가 없다.

상장 개정안이 통과된 27일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생보사 주가도 들썩였다. 삼성생명은 전날보다 5000원 오른 77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연초보다 40% 오른 것이다. 교보생명은 19만원에 거래됐다. 금호생명.동양생명.미래에셋생명도 올 들어 20~100% 올랐다.

안혜리.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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