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이 그린 경찰아저씨(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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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5일 오후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찾은 민원인들은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은은한 조명속에 복도 좌우벽면을 가득 메운 그림들때문에 『혹시 미술전시장에 잘못 들어온 것이 아닌가』 잠시 착각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그림들은 남대문경찰서가 9일 남산 야외음악당에서 20여개 국민학교 4백여명의 어린이들이 참가한 가운데 벌인 「어린이가 보는 경찰관아저씨 사생대회」 입상작들. 이날부터 전시에 들어간 것이다.<사진>
『어린이들에게 경찰관은 언제든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친구임을 일러주고 싶었습니다. 죄를 짓고 경찰서에 들어오는 어른들이 그림을 보며 스스로를 돌이켜보는 계기도 되는 것 같고요.』
행사를 주관한 남대문경찰서 송낙현서장의 말.
대상3점과 금상·은상·동상·장려상등 모두 32점의 그림들은 평소 어린이들이 보아왔고 바라고 있는 경찰관들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
대상을 받은 남산국교 2년 최지환군(8)은 경찰관아저씨가 어린이들을 괴롭히는 불량청소년을 혼내주는 그림을 그렸다. 사이드카를 탄 경찰관아저씨가 검은 안경을 낀 범인들을 붙잡는 그림,지붕위에 올라가 있는 수재민들을 경찰 헬기가 구조하는 내용등 그림에 나타난 경찰관아저씨들은 한결같이 용감하고 씩씩한 모습이다.
그림이 처음 내걸린 15일 오후에는 오가는 민원인들마다 잠깐씩 발걸음을 멈추고 고사리손들의 솜씨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곤했다.
『어린이들의 그림을 본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화랑에서 유명 화가의 그림을 볼때보다 더 기분이 좋군요.』
민원인 김성욱씨(52·회사원)는 한동안 발길을 떼지 못했다.
그러나 어린이들의 그림에서 가장 큰 감동을 받은 것은 역시 남대문서의 경찰관들이다.
『어린이들은 우리를 저렇게 친절하고 씩씩하게 그려줬는데 정작 우리가 그 기대를 저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그림을 볼때마다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배장석형사과장의 말은 결국 그림을 바라보는 이 경찰서 직원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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