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안희정씨 구속] "安씨, 강금원·선봉술씨와 입맞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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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새로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책임지고 반성할 부분은 반성하겠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씨는 14일 오후 11시 구속 수감되기 직전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이날 발부된 구속영장에는 그의 당당하지 못한 행적이 적혀 있었다. 검찰은 영장에서 "전 장수천 대표 선봉술씨가 처음 검찰 조사를 받고 나와 安씨를 찾아가 '큰일 났다. 검찰이 조사한다'고 말했다. 이후 安씨와 盧대통령의 후원자인 창신섬유 회장 강금원씨, 宣씨 등 세 사람이 입을 맞췄다"고 밝혔다.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安씨는 다른 두 사람에게 '姜씨가 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宣씨에게 돈을 준 것으로 하자'고 했으며, 이 때문에 수사가 상당한 지장을 받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이미 盧후보 캠프가 지난 대선 직전 일부 기업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음은 물론 이 가운데 일부는 돈세탁된 의혹을 포착했다. 거기에 盧대통령의 측근들이 검찰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입을 맞춘 뒤 검찰에서 거짓 진술을 한 정황까지 드러나 盧캠프는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安씨를 사흘간 강도높게 조사해 그가 모두 11억4천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찾아냈다. 安씨는 삼성그룹이 임직원 명의로 낸 3억원 등 盧후보 측에 준 공식 후원금 10억원을 받는 과정에도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검찰은 安씨가 지난 대선을 앞두고 여의도 민주당사 정무팀 사무실에서 여러 명으로부터 불법자금 5억9천만원을 받은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安씨는 이 돈을 제공한 사람들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어 청탁 대가성 등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安씨가 대선 전후 두차례에 걸쳐 姜씨로부터 1억5천만원(12월 15일)과 3억원(12월 24일)을 받아 宣씨에게 건네는 등 모두 7억9천만원을 宣씨에게 준 점도 의혹이다. 특히 생수회사인 장수천은 盧대통령이 실소유주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어 사실상 이 돈의 실제 수혜자가 盧대통령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돈세탁에 관여한 금융인 金모씨가 盧캠프의 주요 인물들과 함께 자금 조달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이 사실이 과연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와 관련, 검찰의 한 관계자는 "盧대통령이 돈세탁 사실을 직접 보고받지는 않았더라도 적어도 金씨가 자금 전달에 관여한다는 사실은 알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진배.김현경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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