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참패 구경하며 희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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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원혜영 최고위원, 정세균 당의장, 송영길 사무총장(왼쪽부터) 등이 25일 밤 재·보선 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조용철 기자

열린우리당은 25일 한나라당의 참패에 밝은 표정을 지었다. 느슨한 형태긴 하지만 전남 무안-신안에서 민주당과, 대전 서을에서 국민중심당과 사실상 연합 공천을 한 셈이기 때문이다. 무안-신안과 대전 서을에선 인물 구도가 형성됐다. 재.보선 단골 메뉴인 '정권 심판론'도 없었다.

열린우리당은 국회의원 세 곳과 기초단체장 여섯 곳 중 한 곳(국회의원)에서만 후보를 냈다. 사실상 선거에서 비켜나 있었다. 반(反)한나라당 전선만 형성됐다.

열린우리당 최재성 대변인은 "이번 선거의 최대 수혜자는 우리 당"이라고 주장했다. 민병두 의원은 "반한나라당 전선을 형성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열린우리당이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냉소도 흐른다. 이목희 의원은 "지지도가 낮고 걸출한 인물이 없어 그렇게 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한 중진 의원은 "후보가 없어 못 낸 거다. 일부러 그런 것 아니다. 곧 없어질 당 아니냐"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는 "집권당이 후보를 못 냈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론 열린우리당의 패배"라며 "열린우리당의 타이틀로는 사람들이 안 모인다는 걸 보여준 선거여서 결국 분열이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 국회의원 1곳, 광역의원 2곳, 기초의원 11곳 등 14곳에 후보를 낸 열린우리당은 전북 정읍시 기초의원 1곳을 제외하고는 당선자를 내지 못해 추가탈당 움직임, 해체 압력 가중 등 후폭풍에 휘말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고정애.채병건 기자 <ockham@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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