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흥행하면 예술영화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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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가족'은 예술영화인가 아닌가. '살인의 추억'은? 답은 '아니다'이다. 두 작품 모두 국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아 베니스를 비롯한 각종 국제영화제에 초청받고 여러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예술영화로 인정받지 못하자 예술영화전용 극장들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전국에는 11곳의 예술영화전용관이 있다. 서울의 하이퍼텍나다.시네큐브.뤼미에르.시어터 2.0.엠파크를 비롯해 지방에는 광주극장.중앙시네마(목포).프리머스(제주).시네아시아(대구).DMC(부산) 등이 있다. 이들은 1년의 5분의 3(2백19일)을 예술영화로 채우고 이 가운데 1백46일은 한국예술영화로 채워야 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면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2천만~8천만원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영진위 산하에는 어떤 작품이 예술영화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심사위원회가 있다. 그런데 위원회가 '바람난 가족'과 '살인의 추억'을 예술영화에서 제외하자 하이퍼텍나다를 제외하고는 모두 의무 일수를 채울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들 극장은 두 작품을 1개월 이상씩 상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전용관들은 예술영화전용관 지정에서 제외될 뿐 아니라 지원받은 금액에 18%의 이자를 붙여 지원금을 반환해야 한다. 이렇게 되자 전용관들은 두 작품을 예술영화에 포함시켜 달라며 재심을 요구하고 나섰다.

심사위원회는 두 작품이 스타 배우를 기용했고 전국 수십개의 극장에서 상영했기 때문에 상업영화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전용관 운영주는 "작품의 미학적 완성도로 따져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문제는 예술영화 선정이 사후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극장에 걸고 난 다음에 결정되기 때문에 극장들이 판단할 근거가 모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 따라서 개봉하기 전 관람 등급을 심사할 때 예술영화 여부를 함께 심사해 사전에 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0개 극장이 동시에 전용관 지정에서 탈락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막후 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예술영화는 '질투는 나의 힘''지구를 지켜라''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동승''보리울의 여름''선택''영매'등이고 애니메이션으로는 '오세암''원더풀 데이즈'가 예술영화에 포함됐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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