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입대하는 KTF 조성민 '이 악문 사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지난해 9월 조성민(24.KTF.사진)은 들떠 있었다. 한양대를 졸업하고 프로농구 KTF에 입단한 그는 난생 처음 미국 땅을 밟았다. 팀의 LA 전지훈련에 참가한 것이다. 훈련을 마치고 귀국하는 그의 손에는 부모님께 드릴 선물이 한 꾸러미 들려 있었다. 하지만 선물을 받을 부모님은 안 계셨다.

조성민의 부모는 전지훈련 기간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귀국 일주일 전이었다. 어머니는 병원으로 옮기는 도중에 사망했고, 아버지도 다음날 숨을 거뒀다. 사고 직후 의식이 남아 있던 아버지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동생(조성민의 삼촌)에게 "성민이가 프로에 입단해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을 테니 소식을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조성민은 부모의 임종은 물론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그때부터 조성민에게는 KTF 숙소가 집이었고, 추일승 감독이 아버지였다. '하늘에 계신 부모님께 정말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밤마다 슈팅 연습을 했고, 웨이트 트레이닝 기구와 씨름했다. 2006~2007시즌이 열렸고, 신인 가드 조성민은 두둑한 배짱과 정확한 외곽슛으로 단숨에 주목받았다. KTF는 창단 후 처음으로 4강 플레이오프를 통과했고,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했다. 조성민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건실한 플레이로 팀의 챔피언전 진출에 한몫을 단단히 했다. KTF 주전 포인트가드 신기성은 "성민이가 투박하지만 신인다운 패기로 팀에 큰 활력을 준다"고 말했다.

조성민은 다음달 14일 입대한다. 23일 발표한 국군체육부대(상무) 농구 종목 선발자 9명에 포함된 것이다. 그는 팀에 챔피언 트로피를 안긴 뒤에 입대하는 꿈을 꾼다.

챔피언전 상대인 울산 모비스에는 한양대 2년 선배이자 함께 입대할 포인트가드 양동근이 있다.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양동근을 막는 게 조성민의 임무다. 챔피언전 1, 2차전에선 양동근을 막는 데 실패했지만 23일 3차전에서는 잘 막아냈고, 팀은 2연패 끝에 첫 승리를 거뒀다. 조성민은 3점슛 3개를 포함, 13득점을 올려 공격에서도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정영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