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 韓·中 기질 차이가 결말 가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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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8강전
[제2보 (26~41)]
白.胡耀宇 7단 黑.李世乭 9단

29로 막으면 백의 전면엔 두갈래 길이 나타난다. 하나는 실전이다. 서로 잡은 모습이 시원하고 간명하다. 또 하나는 '참고도1' 백1로 젖혀 귀를 차지하는 것이다. 흑도 2로 싸우게 되는데 으레 난전이 된다. 장차 흑A로 두는 패맛도 골치아픈 과제로 남는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과 중국의 취향이다. 한국 기사들은 실전의 흑을 좋아한다. 본래 백이 점령하고 있던 귀에서 흑이 실리를 차지했으니 불만이 없다. 중국 기사들은 실전의 백을 좋아한다.

흑의 실리보다 백의 두터움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기질의 차이가 드러나는 대목인데 아무튼 이런 연고로 한.중전에서는 31까지의 결말이 흔하게 나온다 (국내 대국에선 '참고도1'쪽이 더 많다.).

33의 협공에서 후야오위7단이 처음 장고에 빠져들었다. '참고도2'처럼 뛰어나가는 것이 제일감이지만 흑2로 쫓아올 때 다음 행로가 어렵다. 상식이라면 B로 협공해 싸워야 하는데 왼쪽에 거대한 방벽처럼 버티고 있는 흑▲의 원군들이 신경쓰인다.

이런 흑의 대부대 근처에서 싸움을 시작한다는 것은 누가봐도 기리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胡7단은 결국 34로 다른 곳을 두고 말았는데 모르면 손빼라는 기훈에 걸맞은 가벼운 수법이다. 40으로 턱밑까지 육박한 수는 소리없는 강수이고 삼엄하게 덮어간 이세돌9단의 41은 그걸 준엄하게 꾸짖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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