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예쁜 녀석들이 몰려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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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백과 왜건이 수입차를 중심으로 빛을 보고 있다. 이 차종은 해외에서는 인기가 높지만 세단을 선호하는 한국의 독특한 소비자 성향 때문에 인기가 시들했다. 그동안 자동차 업계에선 ‘국내에는 해치백·왜건은 무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지난해 초만 해도 수입차 업계에선 신형 해치백을 들여와서도 해치백이라는 단어를 일절 쓰지 않을 정도였다. 아예 뒷모습이 예쁜 크로스오버차량(CUV)이라는 광고로 대신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개성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실용성을 중시하는 경향도 나타나면서 틈새시장의 전략차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수입차협회 윤대성 전무는 “해외 유학파나 주재원들이 선진국 자동차 문화를 접하고는 해치백과 왜건의 편리성을 알고 국내에 돌아와 이런 차를 구입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에는 GM대우가 라세티 왜건을 내놓으면서 시동을 걸었고 하반기에도 이런 차종이 줄줄 나올 전망이다.
 

◆뒷모습 예쁜 해치백=해치백은 승용차 트렁크 부분을 짧게 하고 실내와 연결되는 뒷문을 달아 놓은 것이 특징이다. 세단보다 가벼워 보이고 트렁크 공간이 작다는 것이 외면당한 이유다. 하지만 뒷좌석을 접을 경우 대형TV를 넣을 만한 넓은 적재공간이 생긴다. 최근에는 디자인이 스포티하고 주행성능도 일반 승용차 못지 않은 신차가 나오면서 유학파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수입차의 해치백 모델의 선구자는 폴크스바겐코리아의 ‘골프’다. 푸조의 ‘307HDi’디젤은 천장을 모두 유리로 만든 파노라마 글라스를 앞세워 해치백 시장의 강자로 자리잡고 있다. ℓ당 14㎞를 달리는 좋은 연비에다 수입차 중에서는 저렴한 편인 3500만원의 가격으로 지난 6개월 동안 월 평균 100대 이상 팔았다. 지난달부터 시판한 볼보 ‘C30’은 3도어 해치백으로 디자인이 독특하고 귀여워 여성 운전자들에게 관심을 끌고 있다. 국산 해치백으로는 기아자동차 ‘프라이드’와 ‘세라토’, GM대우자동차 라세티 등이 있다. 올 하반기에는 현대차의 5도어 해치백 FD가 가세한다. 프라이드와 라세티 해치백은 뒷모습이 귀여워 20, 30대 개성파에게 인기다.
 

◆실용성 앞세운 왜건= 각진 디자인에다 확장된 트렁크 공간 때문에 ‘짐차’로 인식돼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던 왜건도 실용성을 앞세워 조금씩 설자리를 넓히고 있다. 90년대 나온 현대차 ‘아반떼 투어링’과 기아차 ‘크레도스 파크타운’은 왜건이라는 이름을 제대로 알리기도 전에 판매량이 형편없어 금세 단종됐다. GM대우는 지난달 디젤 엔진을 단 라세티 왜건을 내놓았다. 한 달 동안 500대 이상 계약됐다. 볼보코리아가 시판하는 V50은 스포티한 외관과 고급스러운 실내 디자인이 자랑이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왜건과 해치백의 중간형 모델인 ‘B클래스’를 지난달 시판했다. 3주일 만에 120대가 팔렸다. 사브의 왜건 모델인 ‘9-3 스포츠콤비’는 사브 특유의 고성능을 그대로 간직한데다 뒷모습이 수려해 전문가들에게 인기다. 폴크스바겐 ‘파사트 바리안트’는 넓은 적재공간이 장점이다. 개성을 찾고 레저를 즐기는 전문직 종사자들의 세컨드 카로 자리 잡고 있다. 푸조 407SW 역시 넓은 적재공간과 날렵한 디자인으로 월 20대 이상 팔린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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