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문학작품들「가해」사실은 외면"-일본작가 오다 마코토씨|『오모니』『소설 임진왜란』한국어판 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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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대부분의 지성층과 마찬가지로 일본문학에는 피해의식만 있고 가해의식은 없습니다.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투하로 당했다는 사실만 강조하고 주변국을 침략,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 사실은 애써 지워버리려 하고 있는 것이 일본 지성의 문제입니다.』
일본의 대표적 지성작가 오다 마코토(60)가 28일 방한했다.
원폭피해를 다룬 소설『히로시마』로 89년 제3 세계 최고권위의 로터스상을 수상한 오다는 1백여권 가량의 소설·에세이·비평 등을 발표한 일본의 대표적 작가다. 오다는 또 70년대 시인 김지하씨의 석방을 위한 일본집회를 주도했는가하면 베트남 반전운동 등에 앞장선 일본에서는 보기 드문「반체제 운동가」이기도 하다.
그는 제주도 해녀출신인 장모얘기를 다룬『오모니』(현암사)와『소실 임진왜란』(웅진출판사) 한국어판 출간기념회 참석 차 한국에 들렀다.
『「오모니」는 현재 내 가정 안에서의 한일 관계를,「소설 임진왜란」은 과거의 한일관계를 다룬 작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은 임진왜란 때 조선인 도공·부녀자들을 강제연행하고 2차 대전 때 한국인을 징용·징병, 심지어 정신대로까지 강제 동원한 사실을 솔직히 시인, 반성해야합니다. 일본이 그런 가해자의식을 가질 때 진정으로 자유로운 한일관계가 펼쳐질 수 있습니다.』
일왕도 전쟁책임자로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는, 일본체제를 비판하는 시각 때문에 오다는 일본 국수주의자들로부터 심한 공격을 받고있기도 하다. 그러나 오다는『어느 나라에나 지성이나 양심으로는 도저치 설득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라며 현재 자신의 시각에 동조하는 지식층이 늘어나는데 만족하고 있다고 한다.
오다는 외국어대·동국대·부산녀대 등에서 한일문학 등에 대해 강연하고 5월13일 출국할 예정이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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