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社 연평균 주가 82%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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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주가는 실적을 얼마나 반영할까? 늘 그렇지는 않지만 실적이 좋으면 주가는 올라간다. 실적도 실적 나름이다. 매출은 늘었는데,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이 줄었다면 주가는 화답을 피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코스닥 기업 중에서 12월 결산법인 934개의 지난해 성적표를 토대로 실적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결과는? ‘역시 실적은 주가의 어머니’라는 것이다. 조사 방법은 이랬다. 우선 매출 규모가 큰 기업을 골랐다. 대기업(계열사 포함)을 제외한 매출 1000억원대 이상 기업을 기준으로 했다. 그리고 최소 2년 연속 흑자를 낸 곳을 다시 추렸다. 매출과 순이익이 모두 ‘플러스 성장’을 한 곳을 다시 골랐다. 모두 34곳(표 참조)이었다. 34개 기업의 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30.1%였다. 순이익 증가율은 무려 108.1%다. 코스닥 전체를 보면 지난해 매출액 증가율은 9.5%였고, 순이익 증가율은 ‘마이너스 36.3%’였다. 이들 기업이 돋보이는 이유다. 그렇다면 주가는 어떨까? 34개 기업 중 신규 상장, 액면분할 등으로 주가 비교가 쉽지 않은 곳을 제외한 29곳 중 지난해 1월 2일부터 올해 4월 19일까지를 기준으로 주가가 오른 곳은 24곳, 떨어진 곳은 5곳이었다. 주가가 오른 24개 기업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82.2%였다. 100% 이상 오른 기업은 6곳. 이 중 200% 이상 주가가 상승한 곳은 4곳이었다. 주가 두 배 이상 뛴 곳 6개사 만약 개인투자자가 지난해 1월 2일 성광벤드에 1억원을 투자했다면 지난 4월 19일 현재 3억3800만원 정도로 불어 있을 것이다. 부산 소재 산업 배관 제조업체인 성광벤드는 지난해 매출 1819억원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85억원, 199억원이었다. 영업이익 증가율은 전년 대비 104.4%였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15.71%였다. 또 조선업체인 대선조선의 경우 같은 기간 주가 상승률은 213.9%였다. 지난해 1월 2일 7만9000원이던 주가는 올 4월 19일 현재 24만8000원까지 급상승했다. 물론 실적이 좋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8% 오른 1490억원을 기록했다. 두드러진 것은 이익 증가율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27%나 올랐고, 순이익도 128% 상승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30%대 오르고,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 13.35%를 기록한 태웅(부산 소재 금속단자제품 제조업체)의 주가 상승률은 191.1%였다. 다른 코스닥 기업, 특히 장사를 꽤 했다는 기업들과 비교해봐도 이들 기업은 두드러진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이 증가한 495사의 주가 상승률은 13.85%였다. 영업이익이 증가한 286개사의 평균 주가는 29.82% 올랐다. 다시 말해 어느 정도 매출 규모를 갖추고, 매출액과 이익이 모두 늘면서도 양호한 이익률을 유지하는 회사에 투자한다면 손해 볼 확률은 매우 적다는 계산이 나온다. 유의할 점도 있다. 매출액이 늘고, 흑자를 유지하고 순이익이 증가해도 영업이익이 나쁘면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는다. STS반도체, 희훈디앤지가 그런 예다. STS반도체는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8% 오른 1774억원을 기록했고, 순이익 40억원을 남겼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0.9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35%. 이 회사의 지난 4월 19일 주가는 7730원으로 지난해 연초(1월 2일 기준 1만1800원)보다 34% 정도 빠졌다. 희훈디앤지는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19%, 2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31% 줄어들었다. 주가는 같은 기간 26% 줄어들었다. 실적이 주가에 미치는 민감도가 ‘영업이익 > 순이익 > 매출’ 순이라는 일반적인 상식이 확인된 셈이다.

영업이익 나쁘면 주가 안 올라 증권선물거래소가 최근 내놓은 자료에도 이 같은 사실은 입증된다. 실적과 주가는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특히 외형 성장보다는 수익성을 기반으로 한 내실 높은 기업이 주가 상승률이 높게 나타났다는 점도 확인된다. 매출액이 증가한 회사와 그렇지 않은 곳은 주가 등락률 차이는 2.35%포인트에 불과했다. 반면, 영업이익이 증가한 회사의 주가 상승률이 29.82%인데 반해 감소한 기업들은 주가는 같은 기간 3.06% 오르는 데 그쳤다. 또 순이익이 증가한 282개사의 주가가 28.65% 오를 때 적자를 본 487개 기업의 주가는 3.95% 올라 큰 차이를 보였다. 주목할 것은 본지가 추린 34개 기업 중 본사가 서울 소재인 곳은 7곳에 불과했다. 경기도 소재가 9곳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경남이 7곳, 경북과 충청 소재가 각각 3곳이었다. 상당수가 굴뚝산업에 속해 있다는 특징도 발견된다. 23곳이 제조업체였고, 9곳은 IT·통신 관련 업체였다. 또 대부분 기업이 일반 투자자에게 잘 알려진 ‘스타 기업’이라기보다는 묵묵히 한 우물을 파온 곳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 885호> 매거진 기사 더 많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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