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두는 논·밭 급증/삼중고에 신음하는 농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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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노임·영농자재값 폭등에 인력난까지/품삯 2배로 뛰어 하루에 5만원/비료·비닐·농약값도 40%나 껑충
각종 영농자재값의 급등·일손부족·노임의 폭등­. 본격 농사철을 맞는 우리의 농촌이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본사가 전국의 취재망을 통해 조사한 것에 따르면 농촌지역 품삯이 지난 1년사이 적게는 30%에서 최고 1백%까지 껑충 뛰었다.
그런가하면 비료·종자·농약·농사용비닐등 각종 자재값도 지난해에 비해 5∼40%나 올라 농민들의 시름을 더해주고 있다.
이 때문에 경작을 포기한 채 버려둔 농촌의 논과 밭이 날로 늘어가고 있는데 전남 나주군의 경우 지난 1년사이 휴경면적이 1만9천평에서 7만2천평으로 4배가량 급증,심각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수도권의 도시들이 밀집한 경기도의 경우 품삯이 지난해에 비해 최고 1백%나 올랐는데도 일손을 구하지 못해 농민들은 수원·안양·성남등 도시에서 남자는 3만∼5만원,여자는 2만5천원에 하루세끼식사와 간식 제공은 물론 차로 출·퇴근 시켜주는 조건으로 구해오고 있다. 그런데도 20∼30대의 젊은 일꾼은 전혀 없고 대부분 60세 전후의 노령층 일손밖에 구할 수가 없다.
종자값도 부쩍 올라 무씨 1홉이 2만원으로 1년전에 비해 20% 정도 뛰었고 상추씨는 1홉 1만5천원,고추씨 1홉은 품종에 따라 6천∼9천원씩에 거래되고 있어 지난해 보다 각각 10%정도 올랐다. 그러나 농약 값은 엄청나게 뛰어 채소 점무늬 낙엽 방제약이 3천4백50원으로 1년전에 비해 38%나 오른 것을 비롯해 사과 탄저병약은 35%,벼 농사용 제초제 솔레트(3㎏)는 25%가량 급등했고 못자리 소독약·살충제 등은 8%가량 올랐다.
비료값도 올들어 평균 5%가량 인상됐으며 농사용 비닐은 10%,못자리용 대나무쪽도 전남지방에서는 개당 50원으로 10%이상 올랐다. 이처럼 각종 자재와 인건비가 오르는데다 일손 구하기가 힘들어지자 지역마다 놀려두는 경작지가 크게 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나주지방외에도 충남지방의 경우 지난해 휴경면적이 8천1백98㏊로 집계됐는데 이는 3년전의 2천8백35㏊에 비해 3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충남 서천군 비인면 성북리 저수지 부근의 좋은 논 2천1백평을 갖고 있는 장모씨(56)의 경우 3년전부터 놀려두고 있으며 논산군 성동면 원북리 일대 논 6천여평을 가진 김모씨(40)는 2백평에 쌀 2가마씩 받던 경작임대료를 올해는 반가마 받기로 하고 겨우 경작자를 구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농사 짓기에 어려움이 더해지고 있는 가운데 경남지역에서는 위탁영농회사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 지역 12개회사가 모두 경작한도를 넘는 위탁을 받아 더이상의 위탁수주를 사양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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