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첨단과학 기술 연구 현장을 찾아서|한국화학 연 살충제 연구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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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화학연구소의 살충제연구실은「한국의 신 농약 제1호」의 꿈이 영글고 있는,「내일」에 가장 가까이 근접해 있는 연구실 중 하나다.
이 팀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황기준 박사(43·미 워싱턴대졸). 71년 서울대약대를 수석 졸업한 그는 농약회사로 유명한 미국 몬산토사의 신 농약개발연구에 참여하면서 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신 물질개발 쪽으로 마음을 굳혔고 86년 8월 화학연구소로 옮기면서 유기화학1부 제7연구실을 개설했다. 지난2월부터는 보다 심도 있는 연구를 위해 연구실 명칭도 살충제연구실로 바꿨다. 황실장 외에 미 하버드대에서 박사 후 연수를 한 유찬모 박사(38·미 캘리포니아대 졸), 김성수 박사(31·한국과학기술원졸)등 박사급 선임연구원 3명과 석사급 연구원 2명 등 6명으로 진용이 까여져 있다. 지난 5년 반 사이 이 연구실에서 합성한 물질은 무려 2천6백여종. 이 가운데가장 먼저 황 박사를 흥분시킨 물질은 KH502. 그가 5백2번째 합성한 물질로 KH는 그의 이름에서 따온 기호다. 일본이나 동남아에서 극성스러울 정도로 만연하는 배추좀나방에 강한 살충력을 보이는 새로운 물질로 기존약제의 50배 내지 1백20배의 살충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미 일본과 미국에서 특허등록이 됐으며 지난90년에는 일본의 14개 지역에서 약효테스트를 끝냈다.
현재 안전성센터에서 독성검사를 하고있으며 지난해에는 성보화학 측에 전용 실시권도 양도했다. 『95년쯤이면 우리 기술로 만든 국산농약 제 1호가 등장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또 하나의 유망물질은 KH1100시리즈의 키틴합성 저해 살충제. 키틴은 곤충의 탈피에 관계되는 물질로 키틴의 합성을 저해함으로써 유충이 크지 못해 죽게되는 것이다.
기존 약제의 50배 정도의 약효를 보이며 특히 지금까지 가장 우수한 것으로 알려진「캐스케이드」(네덜란드 산)가 토양잔류독성과 수중생물에 대한 영향 때문에 미국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이것은 환경독성학적 문제가 없다는 것이 미국 듀폰 측의 판단이라는 것.
듀폰사는 황 박사가 제시한 여섯 가지 물질 중 KH1128과 1145등 두 가지를 선택, 이달 초부터 미국 5개 지역에서3개 작물, 2개 해충을 대상으로 포양 시험을 하고 있는 중인데 바퀴벌레용 약제로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황 박사는『이밖에 피레스로이드계의 살충제(KH2645)도 델타메스린 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재 미국의 모회사와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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