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나라서 재능 펴고 싶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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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직업가수인 연변동포 구정화씨(31)가 고국에서 상업적 음반을 취입, 가수로 데뷔했다.
중국 북경음악대학 성악부를 졸업하고 공식단체인 연길시 예술단 솔로 가수로 활동한 구씨는 중국교포로서는 처음으로 우리 가요계에 정식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이번에 취입한 노래는 중국 최고의 작곡가로 알려진 섭패동씨가 작곡하고 작사가 박건호씨가 노랫말을 붙인 타이틀곡『어머님의 고향』과『연변의 봄』(박건호 작사·김영광 작곡)등 10곡.
황해도 출신인 아버지 구본철씨는 중국발레극단의 발레교수며 전북 김제 출신인 어머니 박예순씨도 소련 등지에서 성악가로 이름을 날리는 등 그에겐 뿌리깊은 예술가의 피가 흐르고 있다.
그는 84년 음악대학을 졸업한 뒤 연변으로 돌아와 뒤늦게 한국말을 배우기 시작하고 우리 가요에 심취했다.
어려서부터 가수의 꿈을 키워 온 그는 최근 두 가지 소원을 성취했다. 그 하나는 KBS-TV『가요무대』에 출연해 고국의 성대한 무대에서 노래솜씨를 발휘한 것이고, 또 하나는「자기만의」가요를 취입해 음반을 낸 것이었다. 중국에서 노래는 가수들이 공유하는 것이어서 개성·실력을 인정받기 어려웠으나 이젠 자신의「빼어난」노래 실력을 마음껏 자랑할 수 있게돼 여간 기쁘지 않다고.
그는『한국의 최근 인기곡과 연변에서 즐겨 부르던 한국가요는 취향상 10여년의 시간적 거리가 있는 것 같다』며『세련되고 수준 높은 편곡, 녹음환경, 자본주의적 가수활동에 적응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한다.
연초 국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연변에서의 생활과 가수활동이 어려웠다』고 얘기했다가 연길 예술단에서 제명처분을 받기도 했던 구씨는 이제「어머니의 나라」에서 가수로서의 재능을 펼치는데 더욱 전념할 생각이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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