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하는 즐거움에 나이 잊지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목포의 눈물』『타향살이』의 선율은 발표 된지 60년이 지난 지금도 손목인 옹이 우리 민족에게 남겨준 영원한 정서가 되고 있다.
5월2일 8순을 맞는 손옹의 삶은 우리 가요의 역사와 그대로 일치한다.
지금까지 2천여 곡의 가요를 작곡한 손옹은 『대중에게 어떤 음악이 필요한가에만 몰두하다80년이 금방 지나가 버렸다』며 아직도 후예들과 함께 피아노 건반에서 떠날 줄 모르고 있다. 30년대 동경의 제국음악학교를 다니며 클래식 음악을 배우던 시절 방학 때 귀향했다가 만들어봤던 『타향살이』 『목포의 눈물』이 크게 유행하자 손옹은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을 바꿔 평생을 가요에 바치는 길로 들어섰다.
내용이나 형식으로나 우리 근대 가요의 전형으로 여겨지는 『목포의 눈물』은 『눈물 젖은 두만강』 『신라의 달 밤』과함께 해방이후 지금까지 항상「사라지지 않는 흘러간 가요」로 정상을 차지해왔다.
가요를 고귀한 작품으로 인정받게 하고 대중음악인들의 어려운 생활에 힘을 덜게 하기 위해 63년 한국음악저작권협회를 발족시키고 스타·가수 위주의 상업성으로부터 음악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89년 가요작가협회를 창설하는 등 그의 업적은 비단 음악작품 자체에 머무르지 않는다. 일제 때 중국·만주 등을 돌며 조선악극단을 이끌고 민족의 한을 달래던 일, 60년대에 가요를 한 단계 성숙시키기 위해 미국 등지에서 본격적인 연구를 하던일, 일본의 음악인들을 경악케 했던 영화음악 『춤추는 춘향전』 을 초연하던 경험 등은 일일이다 이야기하기 어렵다.
손옹의 삶과 음악을 기리기 위해 8순 기념으로 기념작곡 집이 제작·발간됐고 자서전도 곧 나온다. MBC-TV는 그의 60여년 가요인생을 그린 특별프로그램제작에 착수했다.
우리가요의 산증인이며 원로중의 원로로 존경받는 그가 30년 이상 젊어 보이는 것은『음악이 주는 즐거움과 대중들이 보내는 환호에 나이를 먹지 않기 때문』 이란다. 최근에도 최요비·이자연 등 신인가수를 위해 1년여 고된 레슨을 하며 각각『위험한 여자』『타국 살이』 등 10여 곡을 작곡해주고 있다. <채규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