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경제회복 민주화후 8∼10년 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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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스페인등 4개국 통해본 실태/제일경제연 분석/민간정부 초기엔 고인플레로 고전/일관된 구조조정정책 펼쳐야 효과
개발도상국가가 민주화 과정을 겪으면서 치르는 대가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스페인·그리스·아르헨티나·브라질 등 군사정부에서 민간정부로 전환된 4개국가의 경우 최초의 민간정부는 경제를 살리지 못했고 경제가 회복되는데 8∼10년이 걸렸다는 연구결과보고서가 나왔다. 일관된 구조조정정책을 편 나라는 경제가 살아있지만 정책이 흔들린 나라는 경제가 나빠졌다.
최근 제일경제연구소(소장 노성태)가 펴낸 「스페인등 4개국의 민주화과정과 경제상황」이란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정부가 군사정부에서 민간정부로 넘어오면서 첫 대통령이나 총리는 중도파 온건인물이 당선됐다. 그러나 이 정부에 의한 정치개혁은 당초 기대한 만큼 이뤄지지 못했다. 특히 경제는 치솟는 물가와 국민들의 높은 기대감때문에 문제가 많았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군사정부가 남겨놓은 외채와 인플레라는 유산때문에 톡톡히 대가를 치렀다. 80∼90년 이들 국가는 연간 몇백∼수천%에 이른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기록하면서 만성적인 고인플레에 시달렸다.
스페인도 연정의 경제행정력 결여,임금 급상승,2차 오일쇼크 때문에 78∼82년사이 연평균 0.9%의 경제성장에 74∼80년사이 연평균 17.6%라는 인플레로 고전했다. 그리스도 민주화 초기 임금급등과 75∼81년사이 연평균 18.3%에 이르는 인플레,10배로 늘어난 재정적자때문에 경제형편이 어려웠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2기 민선정부가 출범하면서 정치가 안정되고 경제도 되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스페인은 82년부터 사회당 단일정부가 집권하면서 산업구조조정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유럽공동체 가입등으로 선진국 대열에 끼게 됐다. 아르헨티나의 메넴 대통령은 알폰신 대통령시절의 긴축재정·통화정책에 구조조정정책을 추가해 경제가 91년부터 회복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브라질 경제도 89년 12월 콜로 대통령 집권이후 민영화 확대,정부기구 축소 및 재정적자축소 등의 정책효과가 91년부터 나타나기 시작,점점 나아지고 있다.
반면 그리스는 73년말 등장한 카라만리스 민선정부가 재정팽창중심의 수요확대정책을 썼으며,78∼79년 제2차 석유파동으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81년말 범 그리스사회주의운동당에 정권이 넘어갔다. 이후 기간산업 국유화,복지지출의 증대와 같은 사회주의 경제정책이 시행됐는데,물가는 폭등(82∼86년 소비자물가 연평균 20.4% 상승)하고 재정적자는 더욱 커졌다.
제일경제연구소는 이들 4개 국가의 경험에서 ▲산업구조조정 ▲국영기업의 민영화 ▲정부기구의 축소 ▲경제에 대한 정부개입축소 등과 같은 구조조정정책을 편 나라의 경우 경제가 살아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일관된 경제정책이 행해진 경우도 경제가 회복됐다. 그러나 정책의 중심이 중간에서 바뀌거나(그리스) 긴축정책을 중도에 포기한 아르헨티나의 알폰신정부 집권때는 인플레가 더 심각해졌음을 지적했다.
제일경제연구소는 또 이 분석에서 ▲민선정부 수립에 1∼2년 ▲민선정부의 시행착오기 4∼5년 ▲차기정부의 경제구조조정정책이 효과를 내는데 2∼3년정도의 기간이 소요돼 민주화후 경제가 회복되는데는 통상 8∼10년이 걸렸다고 보았다. 연구소는 『우리나라의 경우 87년 6·29선언이후 민주화과정에서 접어든지 5년이 지났는데,경제는 88년을 정점으로 하강국면이 길어지고 있다』며 『경기순환이나 구조상 문제점도 있지만 민주화과정에 수반되는 사회적·경제적 비용도 적지않다』고 지적했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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