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총파업 왜 일어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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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임금인상폭 0.7%차 감정싸움/노조 종전 9.5% 요구 협상원점에
2백30만명의 노조원을 거느리고 있는 독일 공공기관·운송·교통노조의 전면파업은 일반 산별노조의 파업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철도·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은 물론 병원·학교·우체국 등 정부 및 공공기관 대부분이 올스톱하게 돼 국가기능 자체가 마비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엄청난 피해가 예상되는 이번 파업결정은 사용자인 국가,구체적으로는 헬무트 콜 총리와 노조의 감정싸움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는 파업결정의 직접원인인 임금인상폭의 노사간 차이가 0.7%밖에 안되는 사실에서도 잘 나타난다.
지난 3월 임금협상이 처음 시작됐을때 노조는 9.5%의 임금인상을 요구,3.5%를 제시한 정부측과 큰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 계속된 협상에서 노사는 5.4%와 4.7%까지 견해차를 좁혔다. 이 때문에 5% 정도에서 양측이 합의할 것이란 분석이 유력한 가운데 노사 양측은 줄다리기를 계속했다.
그러나 최근 콜총리의 강력한 지시를 받은 사용자측이 「임금을 5.4% 인상하느니 차라리 파업하는 쪽이 낫다」고 선언,협상은 수포로 돌아갔고 이에 발끈한 노조측은 파업강행으로 맞서게 된 것이다. 파업결정과 함께 노조측이 5.4%의 임금인상 요구를 종전의 9.5%로 환원,임금협상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이와 함께 노조원 1백50만명인 건설노조의 제4차 임금협상이 25일 실패로 끝나 오는 5월 파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며 금속노조도 29일 경고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정,그간 모범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해온 독일은 사상 유례가 드문 파업선풍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독일의 노사가 올 임금협상에서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인플레에 의한 실질소득 감소를 보상받으려는 노조측이 9∼10%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대해 긴축재정이 시급한 정부나 사용자측은 3%대의 임금인상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측은 현재 물가상승률이 4.8%라고 하지만 실제는 10%이상 올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내년부터 적용되는 정부의 부가가치세 1% 인상안이 연방 상원에서 통과된 이후 장바구니물가는 20%이상 오른 것으로 조사되고 있어 노조측 요구의 근거가 되고 있다. 실제로 휘발유가 전년동기에 비해 12%,사과 34%,TV시청료 26%,은행수수료가 18% 올랐으며 독일사람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맥주는 20%가 올랐다.
그러나 연말까지 1조5천억마르크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막대한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정부나 사용자측은 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고임금인상→고물가의 악순환을 우려,3%대의 인상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노사대립으로 통일후유증에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독일의 경제는 앞으로 더욱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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