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탈선 (노래방) 건전한 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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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최근 주택가·학원가 주변에 급속히 늘어나 성업중인 「노래방」 (일명 노래연습장)을 놓고 『청소년 탈선 우려가 높다』는 기성세대와 『건전한 놀이 문화인데 젊은 세대에 대한 이해 없이 그나마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곳을 막으려 한다』는 자녀 세대간의 「노래방 유해론」 공방이 일고 있다.
연주자 없이 영상 반주 장치에 맞춰 노래 부를 수 있는 노래방은 「술을 팔지 않고 한곡에 3백∼5백원의 동전을 넣고 자동 판매기를 이용하듯 싼값에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는 것이 청소년 등 젊은층의 예찬론이라면 「밤늦게까지 미성년자들의 출입을 제한하지 않고 흡연 장소나 미팅 장소로 이용돼 탈선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 일부 유해론의 근거.
또 노래방의 영상 음반은 대부분 일본에서 제작된 것으로 일부 노래방에서는 일본 노래를 그대로 틀어 청소년층에 왜색 문화를 전파시키는 통로가 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이 되고 있다.
◇확산=일본에서 한창 유행되고 있는 노래방은 지난해 여름 부산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서울 등 대도시로 빠르게 확산, 현재 전국에서 1천여곳이 성업중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2월말 1백여곳에서 현재 5백여곳으로 불과 두달 사이 5배 이상 급증했으며 신촌·압구정동 일대에서는 1주일에 1∼2업소 꼴로 카페나 생맥주집 등이 노래방으로 전환하고 있다.
설치 지역도 유흥가에서 주거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서울 동작구의 경우 12곳 업소 중 11곳이 주거 지역이나 준 상가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청소년 탈선=10여곳이 몰려 있는 서울 종로 2가의 경우 평일에도 자정 이후까지 술 취한 10대들이 밀려들어 10분 이상 기다려야할 정도로 성업중이다.
노량진 일대 노래방에는 오후 5시쯤 수업을 마친 중·고생들이 교복 차림으로 곧바로 직행, 남녀 쌍쌍이 앉아 담배를 문 채 괴성을 질러댔고 일부는 종이팩 소주를 가지고 들어가 주인의 눈치를 살피며 마시는 모습도 보였다.
14일 0시10분쯤 서울 개봉동 K노래방 앞에서 김모군 (19) 등 재수생 2명이 『밤이 늦었으니 노래방에 있지 말고 귀가하라』고 지도하는 경찰에게 주먹을 휘둘러 불구속 입건됐고 지난달 26일 0시30분쯤 서울 돈암동 A노래방에서 재수생 이모군 (18) 등 10대 4명이 술에 취해 20대 4명과 시비 끝에 편싸움을 벌이는 등 노래방 주변에서 폭력 사건도 늘고 있다.
◇논란=서울 경희고 김종남 교사 (28)는 『밀실을 갖추고 심야 영업까지 가능한 노래방에 청소년들을 아무 제한 없이 출입시킨다면 탈선을 막기 어렵기 때문에 조속히 규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서울 S고 2년 정모군 (17)은 『일부 학생이 노래방에서 탈선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건전하게 이용하고 있다』며 『노래방마저 규제한다면 우리 청소년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할 곳이 어디냐』고 항변했다.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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