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식품 가리비 양식기술 개발 부푼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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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평양에서 열렸던 남북고위급회담 때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장수식품으로 자랑했던 가리비가 강원도에서도 소량이지만 채취되고 있다.
북위 새도 이상의 청정해역에서만 자라는 가리비는 2년 생이면 지름이 13∼15cm 무게 2백50g정도로 조개의 모양이 밥주걱처럼 생겼다고 해 일명「밥-조개」.
전복과 같은 패류이면서도 비리지 않고 단백한 맛 때문에 영양식으로 제격인 가리비는 현재 강원 동해안에서 어촌고소득 양식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대량양식을 위한 기술개발이 한창이다.
현재 강원도동해출장소(소장 김대종)의 의뢰로 평주군 주문진 한진상사와 고성군 거진 동창실업에서 양식 실험하고있는 가리비는 지난해 처음으로 6만구 7t을 생산한데 이어 올해 1백만 구 2백t을 생산, 시판할 계획이다.
또 올해에는 종패 2백80만 패를, 내년에는 5백만 패를 무료로 어촌계에 살포하는 등 본격적으로 양식을 권장하고 있다.
생산량이 적다보니 현재는 가격이 비싸 패 한 개에 생산가가 1천5백원, 소비자가격이 5천 원이지만 양산이 가능하게 되면 개당 생산가를 2백원까지 낮출 수 있어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 생산지가 일본의 북해도인 가리비는 한 부부가 3천 평 정도의 면적에 양식기 10대를 설치하고 10t 크기의 배로 1주일에 한차례정도 관리만 하면 연간 6천만 원 정도의 수익을 올린다는 것이 일본수산업계의 분석이다.
현재 양식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채묘량.
벚꽃이 피는 4∼5월께 구 한 개에서 1억 개 정도를 산란하지만 부대에 낡은 그물을 넣은 채묘 틀에 붙는 유생은 1백30개 정도밖에 안돼 1만3천 개를 걷는 일본과 기술격차를 보여 연구진들은 유생의 밀식 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고있다.
강원도가 가리비 양식에 눈을 돌리게된 것은 88년 일본의 종패업자가 우연히 당시 고성군수협의 전무였던 윤의구씨(53)를 찾아가 북해도와 유사한 동해안에 가리비양식을 권한 것이 계기가 됐다.
윤씨는 일본으로부터 종패 7만9전패를 도입, 시험양식을 해보았으나 실패했다.
그러나 윤씨는 가능성이 엿보인 가리비양식을 동해안 소득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동해출장소 김봉내 수산과장의 도움을 얻어 도비 5천만 원을 지원 받아 자체 종패 확보를 시도했다.
윤씨가 할 수 있다고 확신한데는 현재 북한에서 연간 2천t정도의 가리비를 생산한다는 사실이 뒷받침이 됐다 .
김 과장은『사실 처음에는 도박하는 기분이었다』며『채묘량이 형편없이 적으면 어쩌나하고 걱정했지만 현미경으로나 보이는 유생이 45∼50일쯤 지나 1∼2cm정도로 큰 것을 보고 마치 학수고대하던 아들이라도 낳은 것 같았다』고 했다.【주문진=엄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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