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원씨의 힘?… 노 대통령 초청해 부부동반 골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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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2일 오후 부인 권양숙 여사와 함께 골프를 쳤다. 노 대통령 부부와 함께 골프를 친 동반자는 강금원(사진) 창신섬유 회장 부부였다. 장소는 강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충북 충주의 시그너스 컨트리클럽이었다.

청와대 측은 "노 대통령이 권 여사와 함께 시그너스 골프장 소유주인 강 회장 부부와 동반 라운드를 한 뒤 저녁 늦게 귀경했다"며 "이번 골프 일정은 강 회장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의 골프 일정이 공개된 건 2005년 10월 이후 1년6개월 만이다. 당시 노 대통령은 충남 계룡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 윤광웅 국방부 장관, 3군 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와 함께 라운드를 했다. 하지만 지난해 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 파문과 이후의 정치적 상황 등을 감안해 노 대통령은 그동안 골프 치는 것을 자제해 왔다.

이날 노 대통령을 초청해 골프를 함께 친 강 회장은 노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로 2004년 11월 배임 혐의 등으로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됐으나 2005년 5월 석가탄신일 때 특별 사면됐다. 2003년 11월에도 노 대통령 부부를 시그너스 골프장으로 초청해 골프 모임을 한 일이 있다.

그래서 정치권에선 노 대통령이 1년6개월여 만에 공개적으로 골프를 치게 된 배경에 강 회장의 요청이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이날 강 회장 부부와 함께 라운드를 마친 뒤 같은 골프장에서 따로 골프를 치고 만찬을 하고 있던 16개국 주한 외교 대사단 친목 모임에도 참석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 모임이야말로 민간 외교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 같다. 주한 대사들께서도 우리나라를 더 잘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도 대통령 퇴임 후 함께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청와대 측은 밝혔다.

공교롭게도 주한 외교 대사단 친목 모임을 주선한 장본인도 강 회장이다. 강 회장은 2003년 5월 이후 매달 정기적으로 이 모임을 열어왔으며 이번 골프 모임 전에 노 대통령에게 "잠깐 자리에 들러 인사말이라도 해 격려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청와대 측은 밝혔다.

주한 외교 대사단 친목 모임에는 간사인 제이콥 토빙 주한 인도네시아대사를 비롯해 일본.인도.뉴질랜드.노르웨이.스위스.핀란드.네덜란드 등 16개국의 대사와 이태일 경기대 총장, 황윤원 중앙대 부총장 등 국내 인사 20여 명이 함께했다. 황 부총장은 "대통령이 (모임에)나오는지 몰랐으며 참석자 중엔 강 회장 친구 기업인과 병원 의사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주한 외교 대사 친목 모임은 '시그너스 외교친선클럽'으로 불린다"며 "강 회장이 외교 분야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 노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게 하겠다며 취임 초에 만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평소 사석에서 "나는 노 대통령이 잘못하면 공동 책임을 져야 하는 이 정권의 주주"라고 말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박승희 기자

◆ 강금원(55)씨는=1975년 서울에서 창신섬유를 설립하고 원면 및 원사를 생산.수출해 왔으며 80년 부산으로 사업장을 옮긴 뒤 20여 년 동안 섬유사업을 해 왔다. 2001년 현재의 시그너스 골프장을 인수했다. 전주공고 출신인 강씨는 88년 노 대통령을 처음 알게 돼 96년 총선 때부터 후원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6대 대선 때 부산에서는 노 대통령이 후보였던 새천년민주당에 가장 많은 정치헌금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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