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률 급감… 다급한 「식량안보」/김일 경제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국가안보는 우리의 지상목표이자 역대 집권층이 가장 무게를 실었던 통치이념이었다. 안보문제는 자나깨나 국민들에게 긴장감을 주었고 집권층은 이문제에 예산과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는데 아낌이 없었다.
사람과 가축이 먹는 식량(양곡)의 자급률이 85년 이후 매년 1%포인트정도 줄다가 지난해에는 1년새 6%포인트가 푹 줄어 자급률 37.5%,수입의존 62.5%에 이르렀다.
안보는 국방에 국한되는 문제일까. 이 통계는 우리 농업이 정책순위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다가 사양길을 걸은 끝에 「식량안보」를 걱정해야할 단계에 이르렀음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80년대초 우리는 쌀농사의 큰 흉작으로 인해 국제시장에서 쌀을 사다먹는 과정에서 국제 곡물메이저의 농간으로 시세보다 훨씬 비싼값에 구입해야했던 뼈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유사시가 아닐지라도 주식의 기본량을 확보하지 못한 국가는 수모와 큰 피해를 보게된다는 좋은 예였던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 성적표를 살펴보자. 쌀은 1백2%,감자·고구마는 97% 자급해 간신히 옛 농본국가의 체면을 유지했으나 밀은 0.02%,옥수수는 2%,콩은 19%,기타 잡곡은 17% 자급에 그쳤다.
이같은 자급률의 하락은 우리 농업의 구조적 문제점을 노출시킨 적신호다. 지난해에는 특히 수입개방등으로 농민사이에 농업에 대한 위기의식이 확산되면서 이농인구,놀리는 논밭 면적등의 변동폭이 예년과 달리 커진 가운데 식량자급률이 급경사를 보인 것이다.
국내값보다 훨씬 싼 외국농산물은 국제분법 차원에서 우리가 사다먹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는 맞다. 그러나 우리의 안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주식만큼은 어느정도 우리가 생산해 낼 수 있는 농업의 최소기본규모는 유지되도록 하는데 범정부적으로 지혜를 모아야 할때가 된 것이다.
농업의 현주소는 공업우선 불균형성장정책의 부작용을 줄이기위해 10여년전부터 시작됐어야 할 농업 생산원가 절감과 구조조정을 위한 투자가 아직껏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데서 비롯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농가소득의 균형적 향상과 농촌에 살더라도 도시생활자에 못지않은 복지가 보장되는 농정이 요청되는 시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