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직후 헌병출동 사전 알았을 가능성/당시 헌병대상사 이창혁씨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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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대구=김선왕기자】 안두희씨의 증언으로 백범 김구선생 암살사건의 배후가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이 사건직후 안씨를 검거했던 당시 헌병대 일등상사였던 이창혁씨(72·미국 필라델피아 거주)는 15일 『김구선생 암살사건 직후 안씨를 체포하기 위해 헌병들이 들이닥친 것은 우연이라고 안씨가 말했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당시 상황으로 볼때 헌병대가 암살사건을 사전에 알고 있다가 병력을 출동시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구시 동인동에서 자동차 장식품 판매상을 하는 아들을 만나기 위해 10일 귀국한 이씨는 『백범 암살배후가 밝혀졌다는 소식을 듣고 사건발생 43년만에 당시 최초의 현장목격자로서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문을 열었다. 이씨는 49년 6월26일 낮 12시가 조금지나 점심을 먹고 있던중 당시 헌병대장이었던 문모중령이 『백범이 살해됐다』면서 현장에 가자고 해 문중령과 함께 스리쿼터를 타고 헌병대에서 경교장에 10분여후쯤 도착했을때 범인 안씨는 권총을 하늘로 향해들고 2층계단에서 3칸쯤 내려오면서 『내가 이 권총으로 자살할 수도 있었지만 할 말을 하고 죽기 위해 자살안했다』고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급히 2층에 올라가 책상위에 엎드려 창밖을 보는 자세로 쓰러져 있는 백범선생을 발견,혼자 바닥에 누이는 순간 피가 따뜻해 사건이 발생한지 10여분도 안됐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고 밝히고 『백범선생을 담요로 덮어놓고 2층계단으로 내려오는 순간 2명의 여자가 울부짖으면서 뛰어 올라갔고 포승으로 안씨를 묶으려 하자 헌병대장이 제지,묶지 못한채 차에 태워 헌병대로 연행했다』고 안씨 검거상황을 설명했다.
이씨는 『당시 서울 필동에 있던 헌병대에서 경교장까지는 차로 최소한 10분이상 걸리는데다 사건발생 보고후 출동하려면 20분이상 소요되는데도 이날 현장에 갔을 때 안씨가 2층계단에서 불과 3칸밖에 내려오지 않아 백범 암살사건을 당시 헌병대에서 미리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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