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인간은 우리에 갇힌 동물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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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서식지에 사는 야생 동물은 자해나 자위 행위를 하지 않는다. 부모나 자식을 공격하지도 않는다. 위궤양에 걸리거나 비만의 위협도 없다. 또한 동성애 관계를 맺거나 자살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인간들 사이에선 왜 이런 일이 수없이 일어날까? 인간과 동물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 때문인가? 재미있는 것은 동물원이라는 비좁은 공간에 갇혀 지내는 동물도 인간처럼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동물행동학자인 저자는 런던동물원에서 우리에 갇힌 동물의 스트레스를 10여년간 연구한 끝에 2년 간격으로 '털없는 원숭이'와 이 책을 출간했다. 전작이 인간을 동물적 관점에서 해부한 것이라면 이 책은 '털 없는 원숭이'가 이룩해 낸 문명과 사회를 통해 현대인의 모습을 인류학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좁은 우리에 갇힌 원숭이가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가듯 비좁은 공간 속에서 인간은 점점 더 무자비해지는 경향이 있다. 본능적으로 개체수를 줄이려는 노력은 낙태와 살인.자살 등으로 나타났다. 피임.자위 행위.오럴 섹스.동성애.페티시즘.수간(獸姦) 등 임신할 염려 없이 성적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성행위 또한 개체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셈이다.

저자는 갇혀 사는 피조물, 즉 동물원에 사는 동물과 '인간 동물원'에 사는 인간 사이에 많은 유사점을 발견했다. 당장 필요없는 일에 과도하게 집착한다는 사실도 비슷한 점이다. 동물원의 호랑이는 죽은 쥐를 공중으로 던져 올리고 부지런히 쫓아가 덤벼든다. 먹이에 생명을 부여해 자신이 사냥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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