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경제 파탄 일보직전/유고 내전의 경제측면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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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통일시장 붕괴로 역내교역 마비/올해도 물가 20∼30배나 폭등할듯
내전에 시달리고 있는 유고슬라비아 경제가 파탄에 직면해 있다.
전쟁으로 인한 군사비 부담이 엄청날뿐 아니라 통일시장이 붕괴되면서 역내교역은 마비상태며,공업생산은 격감하고 실업자가 크게 늘고 있다. 여기에 살인적인 초인플레로 국민의 실질소득이 크게 줄어 구유고연방 국민 2천3백만명의 4분의 1이상이 생계를 위협받는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유고는 과거 공산체제하에서부터 시장경제 원리를 받아들여 사기업 육성 등을 추진해왔기 때문에 물자부족은 심각하지 않다.
그러나 물가고가 서민생계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가죽구두 한 켤레에 1만5천디나르(한화 10만6천원),외제 컬러TV는 20만디나르,사과 1㎏에 3백디나르이다.
지난 1월중 인플레율은 29%였고 2월에는 43%를 기록했다. 이런 상태로 가면 올해 인플레율은 지난 89년의 2천6백%를 넘어설 것이 확실하다.
지난해 공업생산액은 전년에 비해 20%줄었고,전체 공장의 6할이 경영난에 처해있다. 유고 최대의 외화수입원인 관광산업은 내전으로 빈사상태다.
90년 68억달러에 이르렀던 외환보유고는 지난해 25억달러로 떨어졌다. 마케도니아와 크로아티아의 실업률은 20%를 넘어섰으며 다른 공화국도 별반 다를게 없는 처지다.
지난해 6월 독립선언후 10일간 내전을 겪었던 슬로베니아의 전쟁피해액은 도로·다리등 사회간접자본손실에 관광수입 감소등 간접피해를 합쳐 약 40억달러(3조1천억원)로 집계되고 있다.
크로아티아의 피해는 훨씬 크다. 지난해말 크로아티아정부위원회는 지난해 6∼9월 전쟁피해액을 1백5억달러(약 8조1천억원)로 집계했다. 공장·주택파괴 10만채등 고정자산피해,관광객감소·공장가동중단·농산물 수확포기 등으로 인한 간접피해,군사비 지출 등이 이에 포함된다.
경제적 손실 가운데 가장 큰 손실은 통일시장의 붕괴다. 구유고연방 6개 공화국중 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마케도니아·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4개국이 독립을 성취했거나 추진하고 있으며,크로아티아·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는 전투가 그치지 않고 있어 국내시장이 완전붕괴된 상황이다.
그동안 농업지역인 세르비아·마케도니아는 공업지역인 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로부터 공산품을 수입하고 대신 농산물을 수출하는 식으로 분업체계를 이뤄왔으나 내전으로 이러한 협력관계가 파괴돼 버렸다.
이때문에 시장이 축소되어 대부분의 기업들은 경영난에 처해있다. 지금으로선 서유럽등 새 시장 개척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지난달 6개국은 국가간 경제장벽을 제거하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보았으나 지금처럼 내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공염불일 수 밖에 없는게 사실이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대해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는 이달초부터 각각 자기 민족이외의 민족 거주지역에는 공산품·식품·에너지 금수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또 아드리아해로부터 크로아티아를 지나 세르비아에 이르는 송유관은 여전히 봉쇄된 실정이다.<곽한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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