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 넘으면 서울 사람들 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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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기상청 기상연구소 응용기상연구실은 여름철 어떤 온도(임계 온도라고도 함) 이상에서 사망자가 늘어나는가를 지난 30년간의 통계를 이용해 연구한 결과 이 온도가 그렇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의 임계 온도가 연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온도는 섭씨 30도인 미국 보스턴보다는 약간 높고, 32도인 애틀랜타, 40도인 댈러스, 44도인 피닉스에 비해서는 낮은 온도다. 서울 사람들은 미국의 이들 도시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대구나 부산.광주 등 남부 지방 사람에 비해서도 더위에 약하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여름철 평균기온이 낮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지역 사람들보다 더위에 더 약한 것이다. 31.2도는 서울의 여름철 일 최고기온 평균치인 31.4도와 비슷하기도 하다.

◆ 폭염 후유증 하루 만에 나타나=1994년 여름 폭염은 전국적으로 전례 없이 기승을 부렸다. 7월 중순에서 하순, 8월 초순으로 갈수록 찜통 더위가 이어졌다. 하루 최저 기온이 섭씨 25도가 넘는 열대야가 보름 이상 이어졌었다. 7월 24일 서울은 섭씨 38.4도까지 올라갔다. 이 여파로 그 다음날 (7월 25일) 하루에만 서울에서 180명이 사망했다. 보통은 하루 100명 내외인데 이날은 80명 정도가 더 세상을 뜬 것이다. 기상연구소 김지영 연구사는 "이날의 사망자 수는 더위 후유증이 하루 만에 나타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위에 대한 후유증은 3~6일 후에 나타난다.

그해 폭염은 전국적으로 이어졌지만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방에서는 초과 사망자가 있긴 있었어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6~8월 3개월 동안 지역별 초과 사망자 수는 서울지역 725명, 인천 169명, 대전 102명, 대구 107명, 부산 156명이며, 광주의 경우 24명이 덜 사망했다. 이는 서울 지역 사람들이 더위에 더 약하다는 것을 말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더위는 노인들이 더 견디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국내뿐 아니라 외국도 마찬가지다.

1971~2000년 동안 31.2도를 웃돈 날 수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조사 기간 동안을 10년 단위로 잘라 봤을 때 71~80년은 162일, 81~90년 179일, 91~2000년은 236일이었다. 이에 따라 폭염이 인체 미치는 영향을 심도 있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

◆ 탈수증과 비만도 사망자 늘려=폭염 기간에 물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으면 고온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외국의 연구에 따르면 요양원에 있는 사람의 50~92%가 물을 충분히 마시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폭염 때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비만한 사람은 열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해 열 스트레스를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받는다. 질병을 앓고 있거나 노인들은 상대적으로 더위를 견디지 못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폭염 비상 대피 시설 등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게 김 연구사의 지적이다. 더위가 있기 하루 이틀 전에 비상 연락망을 통해 독거노인이나 에어컨이 없는 집에 사는 노약자를 냉방 시설이 된 대피소로 옮기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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