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5백억원쯤 뿌려졌다”/14대 총선자금(정치와 돈:9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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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30당20락」설속 “50억이상 쓰고도 떨어졌다” 소문까지/주간연재
이제 14대 총선이 막을 내리고 여야 당선자나 낙선자들은 너나할것 없이 총선에 소요된 선거자금의 손익계산서 작성에 분주하다.
모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 선거자금으로 시중에 풀린 돈의 규모는 약 1조5백억원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이번 총선에 출마한 1천47명 후보 1인당 평균 10억원가량 쓴 셈이다.
여당의 경우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자금을 이번 선거에 살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자당 전고위당직자의 한 측근은 『여당의 경우 「30당 20락」이란 말이 무성했다』며 여당 후보들은 대개 30억원에서 많게는 50억원이상 지출했을 것으로 추산.
그러나 대구·경북지역의 한 후보는 지난 선거때 쓰다 남은 돈까지 총동원,50억원이상을 쓰고도 떨어졌다는 소문도 있어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여권후보의 돈 씀씀이를 가늠케 해주고 있다.
또 호남지역의 한 민주당 후보는 『민자당 상대후보가 47억원을 사용했다』고 주장하면서 『여당 후보는 지역내 1백여명의 택시기사에게 1백만원씩 지급한뒤 내가 떨어질 것이라고 소문을 내도록 했다』고 비난했다. 액수의 신빙성은 일방적 주장일 가능성이 높지만 여당후보 씀씀이의 한 단면을 시사하고 있다.
이번 선거를 아주 검소하게 치렀다는 서울지역 민자당 한 후보측은 약 15억원을 썼다고 밝히고 있는데 그 지출명세를 보면 ▲홍보물제작·배포비 4종 10만부씩 약 2억원 ▲10개동 협의회사무실운영비(한달임대료 1백50만원씩 두달간 이용) 3천만원+여직원 1명씩 인건비 2천만원 기타 전기세·수도세 등 잡비 3천만원=8천만원 ▲운동원비 5백명×5만원×30일=7억5천만원 ▲당원단합대회·정당 및 합동연설회비 2억5천만원(청중동원비용 포함) ▲유권자 식사대접비 20명×하루 2끼×30일×1만원씩=1천2백만원 ▲기타 후보개인비용 5천여만원 등.
이 후보측은 『이외에 동네에 있는 각종 단체에서 찾아와 이른바 「무마비」를 달라고 한다』며 『이들이 찾아올 때면 우리는 「제발 우리 후보 욕좀 하지 말아달라」며 얼마씩 건네는데 그 금액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가 밝힌 「무마비」 규모는 50여단체×1백명가량×3만원씩=1억5천여만원선.
야당인 민주당의 경우는 최저 법정한도액이내에서 수십억원에 이르기까지 후보 개인별 재산규모에 따라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선거구 법정한도액이 모두 1억8천5백만원인 관악을구의 이해찬 의원은 이번 선거자금으로 1억5천4백만원이 소요됐다고 자랑하고 있다. 이의원의 지출내용은 ▲선관위 공탁금 1천만원 ▲홍보물 5종과 명함 1종 6천5백만원 ▲사무실 임대료·집기 1천5백만원 ▲여론조사비용 2천만원 ▲운동원 식대 하루두끼 5천원×4백명×17일=3천4백만원 ▲개인비용 1천만원.
이의원은 또 이같은 비용의 조달원이 중앙당지원 1억원(A급분류)과 친구지원 및 개인돈 5천만원이라고 밝혔다.
이의원은 선거직후 비용명세서를 유권자들에게 뿌리면서 홍보하고 다녀 그야말로 상당히 경제적으로 선거를 치르고 자신의 입지를 견고히하는 이중삼중의 이득을 보게된 셈이다.
정주영 대표 개인의 가용재산이 5천억원인 것으로 알려진 국민당의 각 후보들은 중앙당 창당자금지원액 3천만원,선거지원금 1억2천만∼1억5천만원선과 기타 개인조달 능력여하에 따른 자금을 이번 선거에 투입했다. 그러나 국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법정한도액 이상을 안쓸 것이며 그 이상의 지원도 없다』고 공공연히 밝혔으나 실제로는 당선가능이 있는 지역이나 자금이 달리는 지역에 5억원에서부터 10억원 가량의 추가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영남지역 한 당선자의 경우 선거중반 5억원씩 두차례에 걸쳐 지원받았는데 돈이 없어 쩔쩔매던 이 후보는 평소 만져보지 못했던 큰 돈에 감지덕지하며 그야말로 실컷 돈을 써보았다는 것이다.
호남의 한 후보는 중앙당으로부터 5억원을 지급받아 4억5천만원을 사용하고 나머지 5천만원은 선거후 운동원들에게 격려금으로 나누어주었다. 이후보가 받은 표를 감안하면 한표에 15만원이 소요됐다는 것.
또 강원지역의 한 빈털터리 후보가 10명단위의 모임에서 1백만원씩 지급했던 것으로 소문나 있어 국민당 후보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선거자금을 상당히 쓴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측은 국민당측이 수천억원 규모를 썼을 것이라고 추산하지만 국민당측은 3백50억원 정도밖에 쓰지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금권선거풍토를 없애지 않고는 정치의 선진화,나라의 선진화는 기대할 수 없으며 특히 연말의 대통령선거와 또 앞으로 전개될 지방자치단체장선거를 앞두고 더욱 우려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막대한 선거자금소요로 15억원의 빚을 져 집까지 저당잡힐 위기에 놓인 다선경력의 한 여권무소속후보는 이렇게 가다가는 선거부패가 망국병으로 고질화될 것이라고 걱정했다.<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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