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도약 선언한 한국예술종합학교 황지우 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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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치는 학생들이 영상도 만들고, 시 쓰는 학생이 노래도 부를 수 있는 학교로 만들겠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황지우(55.사진)총장이 올해를 도약기로 정하고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핵심 목표는 예술 안에서 장르를 허무는 통섭(統攝)교육.

17일 열린 간담회에서 황 총장은 "1990년 개교 이래 지금까지는 각 전공이 각개약진했지만 이제는 융합이 관건"이라며 "학생들이 관심사를 다양하게 개발하고 앞날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예종의 목표는 미국 MIT 미디어랩 혹은 일본 동경대학교의 정보학환(環)대학원"이라며 "각 분야의 협동과정이 강화된 이 학교들을 보고 '세계를 접수할 모델들'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예술경영 등 기존의 협동과정을 확대해 활성화할 계획이다.

올해는 서울 성북구 석관동 터에 한예종이 자리를 잡는 해이기도 하다. 석관동 제 2교사에는 멀티미디어 시설을 갖춘 3개 동이 지난해 10월 완공됐다. 음악원.무용원을 뺀 나머지가 석관동으로 모두 이사와 한예종의 메인 캠퍼스를 이루게 됐다. 황 총장은 "석관동을 문화.예술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주위에 12개 대학이 모여있는 젊음의 거리인데 비해 문화적 자원은 척박하다는 것. 한예종이 20일부터 여는 제2교사 개관기념축제도 지역 주민들과 밀접하게 계획됐다. 교수.학생들이 출연하는 연극.음악회 등의 20여 개의 행사는 무료로 개방, 주민들을 초대했다. 황 총장이 직접 쓴 희곡으로 만든 연극 '변'도 눈길을 끈다.

황 총장과 한예종 교수들이 구상하는 석관동 캠퍼스는 학생들이 산고 끝에 예술을 탄생시키는 '공장'이다. 때문에 새로 지은 건물 내부는 작업실처럼 콘크리트가 그대로 드러나고 배관도 노출돼있다. 평소 공식적인 자리에도 청바지를 입고 나타나는 황 총장이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학풍'은 '저질러라. 다른 걸 만들어라. 뛰어넘어라'다. 최근 차기 문화부 장관으로 자신이 거론되는 데 대해 그는 "나는 크리에이터이지 관리자가 아니다"라며 "관리자는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나는 임기 동안 할 일을 다하고 원래 내 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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