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택 일 총리 “극약처방”/「중의원해산카드」로 돌파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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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PKO」통과안되면 결단”/정치대국 바라는 여론 힘입어/지도력부족 비난 타개할 속셈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일본총리가 위기타개책으로 중의원 해산을 통한 조기총선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당초 오는 7월로 예정된참의원선거에 앞서 국회를 해산하고 중·참의원 동시선거를 통해 위기를 일괄타결하려는 생각이다.
미야자와 총리는 참의원 통과를 남겨놓고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유엔평화유지활동(PKO)협력법안이 조속히 통과하지 않으면 국회를 해산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그러나 미야자와 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국회해산의 명분을 찾기 위해 PKO협력법안을 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PKKPO협력법안에 대한 미야자와 총리의 일관된 입장은 핵심사항인 일본 자위대의 평화유지군(PKF)참가를 배제한 것이었다. 그는 자위대와는 별도 조직의 「국제공무원」을 신설,이를 통한 국제협력을 강조해왔다.
최근들어 미야자와 총리의 PKO협력법안 조기통과에 대한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으나 이는 자민당내 실세인 다케시타(죽하)파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야자와 총리의 국회해산 발언은 분명 PKO협력법안에 대한 달라진 태도로 풀이된다.
미야자와 총리는 자위대 해외파병을 축으로 하는 PKO협력법안에 대해 미온적이었던 종래의 입장에서 벗어나 강도높은 톤으로 이 법안 통과를 촉구함으로써 적극적인 정책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미야자와 총리의 이같은 변신엔 총리지지도에 대한 여론조사가 큰 몫을 했다. 미야자와 총리는 취임 한달만인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미약한 당내외 인기에도 불구하고 자타가 공인하는 국제감각과 화려한 경력때문에 45%라는 그런대로의 지지율을 확보했다.
일본 국민들은 미야자와 총리에 대해 그가 가진 지나친 엘리트 의식과 여당내 제2파벌영수란 현실적 한계때문에 처음부터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야자와 총리의 관록과 능력을 고려할때 정치개혁과 경제력에 걸맞은 일본의 「생활대국화」를 내건 그의 공약을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일본 아사히(조일)신문이 지난 8,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야자와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27%로 급락했다. 이처럼 단기간에 20%대로 지지율이 떨어진 총리는 역대 처음이다.
응답자들은 ▲미온적인 정치자세 ▲정치개혁의지 부족 ▲외교정책미숙 ▲물가 및 경기대책 미비 등을 미야자와 총리의 문제점으로 들었다.
이에 반해 집권 자민당에 대한 지지율은 여전히 58%를 유지했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하자면 미야자와 내각에 대한 일본국민들의 불신임이 오는 7월 참의원선거에서 자민당 참패로 표출될 가능성이 크다.
미야자와 총리는 일본국민들의 안정희구성향에 기대를 걸고 자민당승리 가능성이 높은 중의원선거와 참의원선거를 연계시켜서라도 난국을 타파하는 수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미야자와 총리가 사용한 PKO협력법안 카드는 이중적 효과를 겨냥한 것이다.
만일 미야자와 총리의 엄포가 먹혀들어가 참의원에서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일본의 정치대국화를 바라는 일본국민들의 요구와도 맞아떨어지게되며 정치력 부족이란 비난도 면하게 된다. 또 참의원 통과가 저지된다면 국회해산,중·참의원 동시선거란 배수진을 칠 명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김국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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